이혼 후 식당에서 일을 하던 은이는 대저택의 하녀로 입주를 하게 된다. 집안 곳곳의 화려함에 놀라게 된 은이는 새로운 세계에 점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저택의 주인과 은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를 리메이크 한 이 작품은 늙은 하녀와 젊은 하녀를 등장시켜 원작과 달라진 해석을 내놓는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조강지처와 하녀의 다툼으로 집약되었다면, 임상수의 <하녀>에서는 남자를 둘러싼 갈등보다는 여성들 사이의 다양한 욕망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늙은 하녀와 젊은 하녀의 세대 차이가 풍자적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장모와 아내의 대화를 통해 여성들 사이의 공모를 강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하녀>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녀들은 남성중심의 구조를 지탱시키는 존재인 동시에 남성중심의 구조를 위협하는 이중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관심사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이후 임상수 감독의 영화가 즐겨 다뤄온 주제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