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마을을 찾은 류해국은 마을 사람들의 경계하는 시선을 느낀다. 마을 이장 천용덕을 중심으로 한 마을 사람들은 해국의 행동을 방해하기 시작하고, 이를 눈치 챈 해국은 천용덕의 뒤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마을 한 가운데 망루처럼 솟은 천용덕의 집은 그가 제왕임을 암시한다. 류해국의 아버지 류목형이 정신적인 지도자였다면, 천용덕은 세속의 제왕이었던 것이다. <이끼>는 공동체의 탄생과 그들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공동체 탄생의 폭력성이라고 한다면, 다른 하나는 도저히 구원받을 수 없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건드리는 것이다. 강우석 감독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만화를 새롭게 각색하면서, 한국사회의 여러 특성들을 압축하고 있다. 이전에 만들어 온 주된 작품이 장르를 바탕으로 한 대중영화였다면, <이끼>는 앞으로 달라질 발걸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사회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의 표현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