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인생은 지극히 사소한 일로 인해 커다란 변화를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개인에게 있어서는 우연일수도 있겠지만 사회구조상 필연일수도 있다. 열심히 살아가려는 소시민 마라트가 저지른 조그만 자동차 접촉사고가 그로 하여금 죽음에까지 이를게 하는데에는 카자흐스탄이 지니고 있는 갖가지 사회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마라트는 갓 태어난 아기르 데리고 병원에서 귀가하던 중 앞차를 들이받는다. 그 앞차는 벤츠였고 차주인이 요구하는 수리비는 마라트가 부담하기에 너무나 큰 액수였다. 결국 마라트는 고리대금업자를 찾게 되지만 차까지 도난당하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마지막 궁지에 몰린 마라트는 마피아로부터 빚을 탕감받는 대신 신문기자의 살해를 사주받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그 역시 마피아로부터 살해당하고 만다. 그리고, 마라트가 살해당하는 그 순간 정전이 되고 촛불은 가느다란 불빛만을 발할뿐이다. 왜 평범한 젊은이가 끊임없이 자살을 꿈꾸고, 마침내는 죽음을 맞는지에 대해 오미르바예프는 너무도 냉정한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의 현실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