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되었던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부활을 선도하면서 심야 상영관을 밝혔던 문제작.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공포영화는 아니다. 전통적인 한국 공포영화가 봉건제도의 희생자와 원귀의 복수라는 다소 무겁고 도덕적인 소재를 다루었던 반면에 이 영화는 스스로를 ‘코믹 잔혹극‘으로 명명했다. 그래서일까. 도미노처럼 파장을 더해 가는 폭력과 죽음이 냉소적인 유머를 통해 그 무게를 잃어간다. 외딴 산장을 인수한 가족은 새로운 사업의 미래를 낙관하며 손님끌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어렵게 얻은 첫 투숙객이 다음날 아침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자 가족의 미래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전 재산을 투자한 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직면한 가족은 시체를 암매장하고 입단속을 한다. 하지만 투숙객들은 계속 죽고 결국은 본의아니게 연속 살인에 가담하게 된다. 공포가 코미디와 혼성되는 지점은 치워야 할 시체들이 늘어날수록 대담하고 무심해지는 가족들의 반응이다. 암매장은 일과이자 테크닉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증가하는 폭력과 죽음의 강도는 잔혹함에 대한 희극적인 관성을 만들어 낼 뿐이다. 여기에 재치 있는 대사와 적절한 사건 배열, 그리고 정확한 시간 조율이 계산된 전율과 폭소를 이끌어 낸다. 하지만 이 영화가 폭력에 대한 세상의 무감각을 환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관객들은 쌓여가는 시체의 수를 손꼽을 것이다. 그러나 극중 인물들 대신 반성과 처벌을 자청하지는 않을 것이다.(임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