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스안과 샬레하는 가난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지만, 아이가 없는 이슬람교도 부부이다. 그들은 ‘바하우’라 불리는, 차별과 경멸의 대상인 바다집시이기도 하다. 바느질로 끼니를 때우며 생활을 하는 샬레하는 마을의 산파이기도 하다. 세 번의 유산으로 남편에게 아들을 낳아주지 못할까 걱정이 큰 그녀는, 아이를 낳아줄 둘째 아내를 들이는 제안을 남편에게 한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의 두 번째 부인이 되어줄 여인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필리핀의 슈퍼스타 노라 오너의 탁월한연기와 더불어, 브릴얀테 멘도사 감독은 현대 필리핀 사회의 복잡성과 고뇌를 다시 한번 담아낸다. 멘도사 감독은 사실주의 스타일로 전통문화와 근대성 간의 갈등 뿐 아니라 희생, 무조건적 사랑, 믿음, 의무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일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멘도사 감독은 ‘바하우’들의 독특한 문화와 섬 마을의 생활방식의 미학을 강조한 영상으로 화면을 가득히 채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