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종업원인 연희, 부잣집 딸인 호정, 대학원생인 순. 스물 아홉 살의 세 처녀가 저녁파티를 연다. 그들의 주메뉴는 성에 관한 이야기다. 자유분방한 호정, 보수적인 연희,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순은 성격이나 배경이 다른 만큼 성과 결혼에 관한 태도도 달리한다. 호정은 자유로운 섹스를 즐기고, 연희는 애인인 영작과의 결혼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순이는 아직 성관계를 가져보지 못했다. 이들이 식탁에서 펼치는 자유분방한 대화와 성의식은 사회의 한 표본이 된다. 특히 세명의 개성적인 인물을 담아내는 공간에 대한 배려와 함께 저녁 식탁 위에서 펼치는 대화술의 묘미는 수사학적인 신선함을 가져다 준다. 세명의 처녀들은 마치 통과제의처럼 성을 경험하고, 후유증을 앓는다. 순은 연희의 애인을 상대로 관계를 가져보고 연희는 자신의 강박증을 벗어나고자 한다. 호정 또한 자유분방한 성관계 뒤에 오는 책임감을 맞이한다. 섹스라는 코드 속에서 세명의 여성들은 하나의 전형성을 획득한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지닌 성담론의 표면들이다. 영화는 이러한 코드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면서, 때로는 코드를 가로지르며 결혼과 성 관념 뒤에 놓인 모순들을 담담히 담아낸다. 파티가 끝난 후 처녀들의 식탁 위에는 과연 어떤 메뉴가 다시 올라왔을까.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