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동생을 대신해 우인과 집을 살피던 서현은 운명적인 사랑을 맞이한다. 지루하고 답답한 자신의 일상과는 다른 우인의 자유분방함에 마음이 이끌린다. 하루하루 만남이 길어지면서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형부와 처제, 처형과 제부라는 관습의 굴레가 이들을 옭아 맨다. 일반적인 멜로 드라마와는 달리 느린 호흡과 섬세한 공간의 묘사를 통해 상투적인 관습을 넘어서 인물들의 감정선을 극단으로 몰고간다. 그렇다고 불륜을 아름답게 그리거나 선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인물간의 관계 변화에 주력하면서 감정의 결들을 읽어낸다. 동생 지현이 돌아오고, 남편은 회사일로 집을 떠난 상태에서 서현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새로운 결심이 솟아날 수 있을까. 감독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정을 냉정한 시선으로 가라앉히며 불륜의 고리들을 탐색해간다. 도덕이라는 이름 하에 사랑의 감상적인 성격을 비난하는 것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대인의 매몰된 정신 속에 숨겨진 사랑의 무늬들을 순진하게 구현해 낸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우리의 가장 혐오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영화는 그 중간에 서서 새로운 감수성으로 다가온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