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후반. 부유한 허버트 부인은 젊은 예술가인 네빌을 고용해 자신의 남편이 시골에 가지고 있는 영지를 열두 개의 자세한 그림으로 그려줄 것을 부탁한다. 거기에 따른 대가로 그녀는 네빌에게 후한 대접과 섹스를 약속한다. 완벽주의자이자 자신의 그림에 있어서 대단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네빌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저택에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어느덧 천천히 변화가 일어나게 되며 네빌이 영지를 완벽하게 재생하려는 시도에 영향을 끼친다. 어느 날 영지 내에서 허버트 씨의 시체가 발견되자 네빌의 그림 그리는 작업은 중대한 단서가 된다.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은 자신만의 리듬을 지닌 에로틱하고 우아한 스릴러로, 언뜻 보기엔 더할 수 없이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알고 보면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영화에서 네빌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관객 역시 정원과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그리고 양과 관련된 미스터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분절해서 보여주는 이야기 하며, 군데군데 조금씩 실마리를 던져주는 이 영화 안에서 그리너웨이는 지배 엘리트 계층 안에서 일어나는 부패와 타락에 대한 우아하면서도 악의섞인 이야기를 직조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