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의 여름]은 자신들의 청춘과 작별을 고하는 두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청춘기를 보내는 두 소녀의 얘기가 겹쳐진다. 그 중 한 이야기의 주인공의 이름은 허니로,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곧 홍콩을 떠나려 한다. 그녀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남자친구와 함께 외지에 있는 어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그녀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남자를 만나는데 그 만남은 너무 짧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지도 모를 기억 속에 남겨둔채 허니는 그곳을 떠난다. 한편, 그 마을에서는 이런 일도 벌어진다. 베이비는 오랫동안 도시에서 힘든 생활을 한 후에 고향에 돌아온다. 그곳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 만나 고향을 추억하려 하지만 오랜 시간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심지어 그들 사이의 우정마저도 이젠 존재하지 않는다. 순진했던 시절의 경험은 사라지고 이제 먹고 사는 삶에의 의무만이 남아있는 쓸쓸한 운명을 베이비는 체감한다. [17세의 여름]의 감독 찬윙치우는 오랜 조감독 생활 끝에 독립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얘기를 무명배우들을 데리고 가식이 없는 사실적인 스타일로 찍었다. 극적 수식보다는 보편적인 경험을 끌어내려는 연출자의 진중한 시선이 돋보인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