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한 불만을 마음에 담은 채 스스로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인생 안 풀리는 시간 강사, 호준. 그는 고장 난 문 때문에 욕실에 갇혀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전도를 위해 근처를 지나던 계상은 집에 들어가, 탈진한 상태의 호준을 구해낸다. 그 일을 계기로 계상은 호준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하고 호준 역시 그런 계상을 만나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게으르고 무능한 회의주의자와 소수파 종교의 성실한 전도자. 둘의 대화는 과연 가능할까. <방문자>는 극좌파와 극우파보다 더 서로 싫어할만한 두 주변인의 소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일체의 영화적 장식을 버린 이 영화는 두 인물의 시점을 무심하게 오가며, 그들의 인생을 방문한 낯선 타자를 힘겹게 받아들이며 스스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첨단의 노래에 매혹된 시대에, 놀라울만큼 고전적인 믿음과 방식으로 영화가 닫힌 대화의 통로가 되기를 열망하는 진귀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