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영화의 정체성은 한 마디로 규정하기가 힘들다. [마이 스페이스]와 같은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커진다. 이상적인 사랑에 빠져 삶의 목적을 찾아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사랑의 혼란 앞에 어쩔줄 몰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린 [마이 스페이스]는 장르 관습의 바깥에서 젊은이들의 마음을 묘사하는 데서 새롭고 신선한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사랑을 통한 삶의 통과제의라는 것은 동서 고금을 통틀어 보편적인 소재지만 전형적인 이야기 틀에 갇히지 않고 풍부하게 등장인물들의 혼란과 탐색과 타인들과의 접촉과정을 담는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이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바로 그렇게 자신의 감정과 대면하는 법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터득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인생의 한 단계를 통과하고 또 다른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이 스페이스]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통해 인생이 단일한 감정으로 정의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본질을 지녔으되, 그만큼 풍부한 감정의 채색화를 꾸밀 수 있는 무대라는 걸 보여준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