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론계에 명망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슈하오룬의 극영화 데뷔작. 1980년 후반의 상하이. 학교에서는 중국이 문화혁명의 실패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가르치지만, 학생들은 코카콜라나 백인 사업가와 같은 새로운 문물에 더욱 빨리 눈을 뜨기 시작한다. 고등학생 샤오리는 어머니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며 남겨놓은 카메라를 취미 삼아 엄격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공장에서 일반공으로 일하는 이웃집 누나 란미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지만, 그녀는 우연히 발을 들인 이중 생활에 점차 깊게 빠져들면서 점차 멀어져 간다. 샤오리는 같은 반 릴리와 함께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갈등을 겪는다. 감독은 내일을 알 수 없는 대도시에서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의 무기력함을 흑백사진같이 아련한 향수처럼 담담하게 관조한다. 부모세대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 하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과거마저도 거세해버리고 어디에선가 침묵하고 있다. 대규모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전쟁터처럼 변한 시먼로 일대에서는 더 이상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 찬 웃음 소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멀리 베이징의 천안문은 옛모습 그대로 굳건히 서있지만.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