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망 후 예기치 않은 친아버지의 존재를 발견한 세 남매. 그들은 예루살렘을 떠나 파리를 거쳐 마르세유까지 별난 여행길에 오른다. 그 여정은 본질적으로 과거로의 회귀이자, 혼란스러운 그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이다. 세 남매 앞에는 그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어머니의 비밀이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 중견 감독 셰미 자르힌의 신작은1963년 알제리라는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프롤로그로 문을 연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프롤로그 속 두 연인의 수수께끼가 차츰 풀려가는 것을 바라본다. 유대인으로서 살아온 세 남매는 친아버지가 아랍인일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직면해 각자 입장이 조금씩 다르며, 감독은 바로 그런 차이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사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구촌의 난제인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휴머니스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뛰어난 구성의 수작으로,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