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노 데플레솅의 장편 데뷔작 <나의 성생활: 나는 어떻게 싸웠는가>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영화. 타지기스탄에서 살다가 프랑스로 귀국한 폴 데달루스는 공항에서 제지 당한 후 경찰의 심문을 받는다. 그와 동일한 이름의 러시아인이 호주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를 계기로 폴은 젊은 시절의 세 가지 추억을 회상한다. 일찍 죽은 괴상한 어머니와 냉담했던 아버지와 함께한 유년기, 러시아로의 수학여행 그리고 첫사랑 에스테르와의 만남과 이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에는 아르노 데플레솅의 이전 작들의 분위기와 디테일들이 모두 녹아 들어가있다. 1996년 데뷔작과 2008년 작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나오는 폴 데달루스가 재등장하며, 철학교수가 되기 전 주인공의 젊은 시절이 배경이 된다. 이 영화가 눈부시도록 빛나는 것은 청춘과 첫사랑이라는 소재 자체에 기인한 바가 크다. 폭발적인 힘과 활력으로 넘치는 인생의 한 시기를 그에 걸맞는 영상과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는 데플레생의 탄탄한 연출력 또한 빛난다. 에스테르로 대변되는 첫사랑이 상징하는 희망과 절망, 꿈과 실패가 청춘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라면, 그런 추억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 공명한다고 말하는 것은 데플레솅의 특기다.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분신인 마티외 아말릭이 신경증적이고 말 많은 폴 데달루스를 다시 맡은 작품이며,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