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심은 전 아내를 잊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이혼남이다. 칫솔 외판원이 된 그는 내비게이터가 엄격히 통제하는 회사 차를 운전하며 지방에서 판매활동을 한다. 딸을 태우고 가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는 내비게이터로부터 벗어나는데…. 프랑스 중견 감독 미셸 르클레르크의 신작은 인생의 나침반을 잃은 한 중년 남자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리는 잔잔한 코미디다. 이 작품이 흥미로워지지 시작하는 것은 영화 속 영국 항해사 크로허스트의 이야기와 주인공의 여정이 겹쳐지면서다. 국제대회에서 항로를 이탈한 후 전진하지도 후퇴하지도 못한 채 대양에 갇혀버린 항해사의 이야기가 서서히 부상하는 것에 맞추어, 주인공 또한 내비게이터의 엄격한 통제에서부터 벗어나 낙동강 오리알의 신세가 된다. 다행히 항해사와는 달리 그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주인공에게 한 줄기 희망을 남겨두는 섬세한 마무리와 말 많은 우울한 중년 남자 역의 장피에르 바크리의 연기가 합쳐져 여운 있는 수작이 탄생했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