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두 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독특한 구조의 영화. 17세기 이탈리아의 봅비오 수녀원. 군인 페데리코는 사제였던 형이 한 수녀의 유혹에 넘어간 후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인 자살을 감행하자, 집안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유일한 방법은 수녀로부터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자백을 받아내는 것. 하지만 페데리코조차 그녀의 묘한 매력에 끌린다. 이어서 영화는 현재로 넘어가, 세무 조사관 페데리코가 러시아 부호와 함께 과거 수녀원이었던 성을 방문한다. 그곳의 소유주인 귀족 노인을 만나 수녀원을 팔라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사실 노인은 뱀파이어이며, 빛을 피해 고성에 숨어 사는 중이다. 어쩔 수 없이 바깥세상으로 나온 그는 젊은 여자에게 한눈에 반한다. 시대를 초월한 페데리코 역을 맡은 피에르조르지오 벨로키오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뱀파이어리즘과 가톨릭을 폐쇄성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한 참신함이 돋보인다. 종교의 암흑을 넘어서는 사랑의 위력에 대한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의 찬가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눈부신 대단원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힘이 있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