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선생과 고민하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낭만적인 학교는 잊어야 한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해당 학교의 문제로 돌입한다. 주인공 노박은 좋은 선생이 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도난 사건을 풀어보려던 그의 시도는 의도하지 않게 일파만파의 결과를 낳는다. 울타리 안에서만 전개되는 영화에서 학교는 또 다른 전쟁터다. 학생, 학부모, 선생이 저마다의 입장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극도로 예민한 반응이 일어난다. 각자의 처지라는 무기를 들었으나 누구도 악인으로 묘사되진 않는다. 영화는 학교라는 시스템을 냉철하게 해부하거나 비판하는 대신, 각자가 맺는 관계의 밑바닥으로 이끈다. 민낯의 공간에서 질문은 다시 입을 연다. 신경을 자극하는 무조 음악에 맞춰, 어떤 스릴러보다 더한 관계의 지형도를 그려 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만나는 가장 무시무시한 작품 중 하나.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