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시테라섬으로의 여행》을 통해 또다시 그리스 신화를 경유하여 현대의 그리스를 재조명한다. 노인은 그리스의 다른 좌파들이 그랬던 것처럼 소련에서 32년간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그리스로 돌아온다. 자신의 직업 안에 내재하는 환상에 지쳐 있던 영화감독을 만나 친구가 되는 노인. 그러나 노인은 자신과 그리스의 현재와 어울리지 않음을 깨닫는다. 새로운 세대의 그리스는 과거를 상징하는 노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국가를 잃고, 고향을 잃은 노인은 이 제는 서먹해진 부인과 함께 바다로 떠난다. 노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젊은 영화감독은 말년의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그리고 텔레마커스를 상징한다.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여정의 결말에 있었던 것과는 달리 노인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화속 에서는 언제나 행복으로 가득했던 섬 시테라. <시테라섬으로의 여행>은 그리스의 역사가 신화와 만나게 되는 역사의 공간으로 향하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