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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를 거쳐 나를 찾아가는 길

By 송유미

영화제목에서 흙냄새가 풋풋하게 나는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영화

는 한마디로 '또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이 영화는 불교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

다. 불교에서는 '소'를 사람의 진면목에 비유된다. 감독은 불교의 견성(자기(自己)의 타고난

본래(本來)의 천성(天性)을 깨달음)
과정에다 청춘 남녀의 지리멸렬한 사랑의 여정을 투영시키

고 있다. 

 


임순례 감독은 그동안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왔다.<소와 함께 여행

하는 법> 영화는 임순례 감독의 장편 영화 <세친구>의 속편이라 해도 무리가 없겠다. <

세친구>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명의 동창생들이 각기 망가져 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라면, 영화 <소와 함께 여행 하는 법>에서는 훨씬 성숙된 '세친구(민규, 선호, 현

수)'의 관계를 희망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명작으로 꼽히는 <와이키키>, <날아라 펭권>, <우생순> 등 임순례 영화의 대부분 현실

을 깊이 있게 짚으면서도 희망을 지향하였듯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선을 닦아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의 '소'를 상징체계로 삼고 있다. 그러나 불교 영화는 아니

다. 이 영화는 소설가 김도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세 친구(민규, 선호, 현수)의 사랑, 이별, 상처, 그 치유의 과정에서의 환원을 불교적 개

념으로 그려나가는 이 영화는 불교의 심우도의 그림을 약간 이해하면 훨씬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을 열장에 담은 심우도의 과정은 이렇다.

 


첫번째는 소를 찾아나서는 과정이다. 두번 째는 소의 발자국을 본다. 세번째는 소의 꼬

리를 발견한다. 네번째는 소를 잡아서 고삐를 쥔다. 다섯째는 소를 길들인다, 여섯째

는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곱째는 소는 잊고 본래의 자기만 존재한다. 열덟째

는 자기와 소를 다 잊는다, 아홉째 그림은 본디의 자리로 돌아온다. 마지막 그림은 입전

수수. 
이 영화는 이러한 불교의 따뜻한 환원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영화의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농사를 짓는 노총각 시인 선호(김영필 분)는 대학을 나왔

지만 경제력과 무관한 시를 쓰고 장가를 못가서 집안에서는 구박 덩어리. 
이런 선호는

농사를 짓지만 농사일에는 사실 마음이 전부 주지 못한다. 선호의 아버지는 기계 농사를

마다하고 소를 이용한 전통 방식의 농사를 고집하는 바람에 선호는 여러가지 손이 많이

가는 소(먹보)를 팔아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아버지 몰래 소를 싣고 우시장을 향한

다.



선호는 동물이지만 그간의 교감을 느끼면서 손수 키운 소를 차마 팔지 못하고, 옛날 애

인 현수(공효진 분)의 남편(선호의 친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소와 함께 길을 떠

나게 되는데, 소와의 여행 중 '맙소사'라는 절에 들린다. 그곳에서 선호는 심우도를 감상

하기도 하고 '맙소사'의 스님과 술을 마시다가 소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영화의 전개 방식은 고답적이지 않다. 선호와 현수의 재회 장면도 현실과 꿈의 경계

가 교란된다. '맙소사'가 불에 타는 장면은 더욱 더 그 경계가 선명치 않다. 감독은 이런

모호한  판타지적인 수법을 통해 영화의 재미와 깊이 등에 이바지 한다.

 


그렇다. 시인 선호가 집 밖으로 끌고 나갔다가 다시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소는 소

가 아니라, 내면 깊이 존재한 진정한 나(아내; 또다른 나)를 찾아 돌아온 것이다. 너무나

임순례적인 온유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