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베일러> : 빛에서 마주하는 외로움

퇴사로 인해 낯선 기계와 한적한 농촌을 마주하게 된 〈베일러〉의 세계는 언뜻 평범한 일상과 동떨어진 듯하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낯선 세계에서 발견하는 것은 도리어 익숙한 감각이다. 일하고, 사람들을 마주하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심지어 사랑을 해도 외로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인물을 고립시키는 것은 농촌이라는 공간일까, 혼자 수행하는 노동일까
2026/10/15
By 곽예빈

<우주의 흔적> : 삶은 원래 몽환이다

푸른빛과 분홍빛의 교차, 사정과 무관하게 자리를 지키는 하얀 달, 광활한 우주를 연상케 하는 음악이 〈우주의 흔적〉을 구성한다. 이러한 시청각적 경험은 우리를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로 이끈다. 그곳에서 인간은 먼지처럼 보이는 수많은 존재 가운데 하나가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삶을 짓누르는 고난의 무게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2026/10/15
By 곽예빈

<화곡사> : 불이 꽃이 되기까지

<화곡사>의 영어 제목은 다. 김시진 감독은 GV에서 꽃처럼 피고 지는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글 제목 '화곡사'의 세 글자는 하나의 뜻에 머무르지 않는다. '화'는 꽃(花​)이면서 화장장의 불(火)이고, 화병(火病)의 화이기도 하다. '곡'과 '사' 역시 장면마다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것은 이 뜻들이 영화
2026/10/15
By 백동현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 : 그 너머 미지의 사랑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는 부부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게 된 그들은 놓인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기엔 너무 차분해 보이는 말투와 표정이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영화에 대한 흥미를 키운다. 주인공 부부 태영과 주미의
2026/10/15
By 권보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 비켜나는 삶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은율’은 20대가 되어 서울로 상경 했다. 눈을 감고 집중을 하면 어느 미래의 시점에 본인에게 일어날 장면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 독특한 건 이 기이한 능력이 아무 곳에서나 발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년을 보낸 고향 마을 어귀 입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서울에 있는 벤치
2026/10/15
By 김예지

<모종의 탐정> : 펜이 물들일 색

해주에게 반갑지 않은 후배가 집 앞이라며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고, 차단해 놓은 전 시어머니가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해주에게도 이렇게 껄끄러운 이들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예전 아르바이트하던 곳의 주인이라던가, 만남을 기다리며 그에게 어울릴 만한 책을 사서 만나려는 이도 있다. 그리고 시작은 반갑지 않
2026/10/15
By 변숙희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 : 하이퍼리얼리즘과 픽션 사이, 빈틈을 찾아서

배우 원향라와 감독 박송열의 사랑이 마침내 지평선을 넘었다. 물리학에서 사건의 지평선은 그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정보가 외부로 전달될 수 없는 경계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예측할 수 없는 아기의 출연은 두 사람에게 어떤 사건이었을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이미 구축해온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
2026/10/15
By 정다은

<풀문>: 언젠가는 빛날 거야.

정지혜 감독의 영화 <풀문>은 풋풋한 열여섯 살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스크린 속 인물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배우들의 실제 나이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움, 실제 밴드부 학생들의 연주와 연기, 그리고 각기 다른 삶의 결을 지닌 배우들의 조화는 스크린 속 인물들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더한다. 생활의 디테일은 인물들을
2026/10/15
By 조효주

<화곡사> : 작별의 결심, 애도의 불빛

처음부터 마음에 걸리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화장터로 돌아온 이 소장은 낯설게만 느껴지고,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 속에 무언가를 숨기려는 눈치다. 누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무엇을 감추려는지 궁금해질 때마다 영화는 한 조각씩 단서를 흘린다. 같은 장면이 자꾸 반복되고, 행방이 묘연한 사람과 낯선 서류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죽음을 다뤄온 이들이 오히려 가장
2026/10/15
By 강주형

<풀문> : 알로에 팩을 즐기며

보름달 아래 달맞이 축제가 한창이다. 달집을 태우며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불꽃을 바라본다. 영화의 전환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눈에 이슬이, 가슴에 감동의 물결이 인다. 따뜻한 영화이다. 사랑으로 충만한 영화이다. 큰 사건이 연속되지 않는데도 잔잔한 웃음과 긴장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정지혜 감독은 첫 장편 작품인 <정순
2026/10/15
By 김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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