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하트> : 가영이, 가영이, 가영이

By 허지애

과거의 가영이는 유부남을 만났고, 아내가 첫아이를 낳던 날 그는 가영이와  잤다. 

현재의 가영이는 또 다른 유부남을 만나고 있고, 그와 잘까 말까 하는 고민을 과거의 유부남에게 털어 놓는다. 

미래의 가영이는 유부남을 만나는 여자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다며 캐스팅을 위해 배우을 만나고 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밤치기(2018)>로 정가영 감독을 처음 만났다. 그녀는 그 영화의 감독이면서, 작가이면서, 주연배우였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그녀, 가영이는 시나리오 작업 사전 조사를 빌미로 애인이 있는 남자 선배를 향해 직진하는 가영이, 그 가영이였다. 

그때 그 가영이는 더없이 유쾌하게 사랑 혹은 섹스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비치온더비치(2016)>가 궁금해졌지만 결국 보지 못한 채로 세번째 장편인 <하트>를 보게 되었다. 

 

비치온더비치, 영어 표현을 띄어쓰기도 없이 한글로 써 놓은 제목은 중의적으로 해석되기를 의도한 것이다. (세상에 제작사 이름이 '비치사'라니....)

밤치기도 밤을 치다라는 한글 표기만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중의적인 표현이었지만 감독은 뒤늦게 제사에 올릴 밤(nuts)을 친다라는 표현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하트, 이보다 더 중의적인 단어가 있을까? 

그래서일까? 영화 <하트>는 분절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밤치기>의 가영이를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밤치기의 가영이 반해버린 선배(박종환 역)의 매력은 스크린 너머의 나에게도 도달했다. 그건 감독의 배우에 대한 애정때문이었을 거다. 

<하트>의 배우(최태환 역)에게서 또 한 번 그 애정을 느낀다. 

그래서 앞으로 그 배우, 아니 최태환의 연기를 지켜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