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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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드의 목소리> :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순간 없음

By 신종민

 좀 지난 담론이긴 하지만 새로운 영화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답으로 다큐멘터리 그 어디엔가를 꼽는 사례는 현재진행형이고 그 대답의 최일선에 서 있는 감독은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이 아닐까 싶다. 이미 <올파의 딸들(포 도터스)>(2023)로 깐느에서 로이도르(다큐멘터리 부분 그랑프리)를 비롯해 각종 영화제 수상 맟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어 일부 시네필들에게서 그 해 BIFF에서 만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올해는 <힌드의 목소리>로 베니스(은사자상-심사위원 대상)와 토론토를 경유해 다시 한번 더 부산에서 하이브리드 다큐멘터리의 새로움을 선보인다.

 

 이미 비극의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영화는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음파의 그래픽으로 시작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옥상의 망중한(忙中閑)-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지원 콜센터 근무자들의 밝은 표정으로 대체되고, 비극적이지만 전쟁 중 일상적인 업무 모습을 잠시 보여준 뒤 힌드와 통화가 연결되면서부터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순간마저 없을 정도로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올파의 딸들>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힌드와 가족들, 출동한 구급대원의 재연은 없이 적신월사 콜센터 근무자들의 재연만 있고 현실감,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녹음본과 재연 배우들의 보이스 오버랩이 종종 사용된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나...갱년기인가...손수건을 놓지 못하고 극장문을 나서며 베니스에서의 23분간 기립박수와 크레딧에 보인 브래드 피트, 호아킨 피닉스 같은 유명 배우들이 왜 이 영화 제작에 힘을 보탰는지, 지금 이 순간 왜 이 영화가 지지받고 필요한지를 십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눈물이 마르자 드는 생각은 실제 인물의 목소리와 인터뷰. 그걸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배우들을 이용해 재연하는 건 일견 윤리적으로 굉장히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접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자끄 리베트와 세르주 다네가 지적한 <카포>의 트레블링이 가진 위험을 이 영화 또한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건 지난 이야기도 아니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전쟁, 고작 1년 전 발생한 비극을 전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다큐픽션이란 하이컨셉으로 치열하고 격렬한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올파의 딸들>과 같지만 <올파의 딸들>이 정말 휼륭했던 이유는 인터뷰와 재연의 연출이 마치 사이코 드라마처럼 그 가족의 트라우마와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을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 영화의 녹음파일은 보이스 오버랩을 통해 비극을 소비하는데 이용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선 답을 망설이게 된다. 2018년 아랍영화제를 통해 <튀니지의 살라>, <미녀와 개자식들>을 들고 영화의전당을 찾아 긴 GV를 성실하고 영민하게 소화하던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이 카포의 트레블링 숏을 재연할리는 없지만 <사울의 아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찝찝함을 홀로코스트가 아니라 현재의 가자 지구라면 씻을 수 있는 것일까. 영화 속 힌드의 목소리, 그녀를 깨우고 달래기 위해 부르던 하누드란 음성은 엘리야 술레이만 감독의 영화들을 다시 한 번 더 봐야 씻겨질 것 같다.

 

사족. 2014, 19회를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관에서 빠졌던 시청자미디어센터 상영관은 여타 상영관에 비하면 아쉽지만 11년 전에 비해선 스크린, 음향 모두 많이 개선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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