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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 뛰어내릴래? 기어오를래?

By 장윤석

30번째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No Other Choic, 2025>였다. 우선 왜 제목을 국어 문법 띄어쓰기에 따르지 않고 몽땅 붙여서 사용했을까부터가 궁금했다. 그 이유는 기사를 찾아보니 금방 나왔다. 입에 붙어 있다고 할 만큼 툭하면 튀어나오는 표현이어서 한 단어인 양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리고 자신의 자발적 주체적 선택이 아닐 때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표현으로 쓰이기에 그런 제목을 짓게 되었다는. 의미적으로는 강렬한 느낌의 제목이다.

 

또 하나의 궁금함은 영화의 엔딩 타이틀에 붙어서 나오는 문구였다. “Dedicated to Costa Gavras”라는. 그 유명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에게 바친다는 건데, 왜였을까? 그 이유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알았다. 알고 보니 이 영화의 원작인 <액스>는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에 의해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Le Couperet, 2005)>라는 제목으로 먼저 영화화되었단다. 그 소설도 보지 못했고, 그 영화도 보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이 애초에는 제목으로 사용하려고 했다던 “도끼”는 원작의 제목이었고, “모가지”는 그 의미를 우리식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며 말을 많이 하고 살지만, 제목 하나 가지고도 참 여러 가지로 이야기가 많았던 작품이라는 걸 영화를 보면서야 알게 되었다. 요즘 들어 많고 많은 말들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살았구나, 하는 걸 영화 제목 덕분에 느꼈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소리는 꽤 크게 지르며 살아왔는데, 한국의 대표 감독이 최근에 내놓은 화제작 영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니... 요즘 정보니 소식이니 하면서 여기저기 곳곳마다 칠갑(漆甲)이 되어 있는 말들 탓에 “어쩔수가없다”는 마음으로 리뷰를 시작하게 되어버렸다.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있으니 적당한 시간 간격에 따라 웃음이 삐져나왔다. 따지고 보면 무서운 이야기임에도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소위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에 속하는 영화로 박찬욱 표 영화라는 느낌은 확실히 살아있었다. 무엇인가를 희화화하는데 잔혹함을 곁들이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하지만 성인 등급의 영화로 판정받을 정도의 격한 이미지는 보이지 않았고, 주연과 조연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유명 배우들이 속속 등장하며 보여주는 코미디적 요소를 감안하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서는 꽤 많은 관객 동원이 예상된다는 기사 생각이 났다.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로든 박찬욱의 영화라는 느낌이 분명하기에 스펙트럼이 그렇게 넓어 보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개인과 사회의 이야기가 결합해 안팎으로 향할 수 있는 영화”를 언급하면서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이유로 벌어진 도덕적인 타락”이라는 내용을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블랙 코미디 그리고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이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일까, <어쩔수가없다>에 박찬욱은 확실히 보였지만 그가 말한 내용이 기대만큼 절실히 느껴지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액스>라는 소설을 읽지 못해서 원작이 우리나라 사회의 현실에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게 각색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얼마나 우리 현실에 맞아 떨어지는 블랙 코미디가 되었는지 언급할 근거는 갖지 못했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다는 것은, 감독이 영화에서 그리고자 한 상황을 사람들이 느낄 만큼의 이야기로 받아들일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AI의 발전이 인간에게 그리고 지금까지 인간이 생각하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시기이기에 자신이 속한 영화 업계도 걱정이 되어서 이 영화에 그런 부분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감독과 주연 배우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한국의 관객들이 어느 나라 관객들보다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혀를 끌끌 차면서 볼 것이라는. 그래서 더 아쉬웠다. 영화든 음식이든 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좀 더 진지한 분위기였더라면 그들이 생각했던 것을 공감하는 관객이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쩔수가없다>를 보며, 그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이 둘 있었다. 다른 특성을 가진 두 곳의 장소가 하나의 그림에 같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하나는, 포장되지 않은 산길과 자동차가 다니는 포장 도로가 만나는 장면이었고, 또 하나는, 절벽을 사이에 두고 파도가 끊임없이 출렁이는 밤바다와 계속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밤의 도로가 한 화면에 같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런 분할로 이루어진 화면 자체가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영화의 제목 “어쩔수가없다”를 잘 나타내는 화면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때문이다. 갈 길이 뻔해 보이는 그림이었다. 첫 번째 그림은 그래도 좀 낫다. 자동차 도로로 가든가 산길로 가든가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는 있으니까. 두 번째 그림은 그야말로 잔혹했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부분이 절벽이었기 때문이다. 바다로부터 기어 올라가든가 육지에서 뛰어내리든가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어쩔수가없다>고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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