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때면 개봉영화를 볼 때 보다도 유독 감독의 이름에 따라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 뒤 극장을 들어가고 나설 때면 그 감독의 이 영화와, 또 이전 영화는 어땠는지, 감상을 함께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마스터마인드>를 볼 때, 그러니까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라고 했을 때, 무심코 내 머릿속엔 인물이 무언가를 공들여서 들여다보고, 만지고, 다듬고 일하는 장면들이 그려졌다. 귀중한 소의 우유를 훔쳐와 빵을 만드는 개척시대 인물. 다친 비둘기를 세심하게 간호하는 여자. 강아지와 함께 길거리 여기저기를 떠도는 방랑객, 기나긴 온천여행을 떠난 친구들의 여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마스터마인드>에도 역시나 그런 장면들이 나를 몰입하게 했다.
<마스터마인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실패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실수하고, 엉망진창이고, 확실하게 실패해버린다. 주인공 제임스(조쉬 오코너 분)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고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걸로 보이지만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안티 미다스의 손을 가진 남자다. 그는 항상 무수한 선택지들 중 가장 안 좋은 선택을 하고, 심지어 그 선택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든다. 그 실패의 여정에는 클라이막스도 있다. 엔딩 역시 그렇겠지만, 도주하는 제임스가 테리와 한 통화 중 “내가 벌인 일은 우리 가족을 위한 거 였어. 3/4 정도”라는 대사는 유머러스하면서도, 기운이 쏙 빠지면서도, 실패의 대미(?)를 장식하는 충격이 있다. 작전 실패, 강도 실패, 도주 실패를 지나 좋은 아빠, 남편, 아들의 역할까지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간단하고 깔끔한 장면으로 내놓는다. 이런 ‘쿨’ 한 ‘찌질함’ 표현방식. 나는 이것을 젊고도, 곱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런 장면으로 느끼며,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를 애정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은 하이스트 영화라는 것이다. 즉, 장르 소재가 ‘강도’이다! 현 시대의 한국관객인 나로서는 강도영화라는 단어에서 반사적으로 <도둑들>(최동훈, 2012)과, 그 영화의 치밀한 계획 설계, 긴장감과 쾌감이 교차하는 실전을 담은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내용에 따라 느꼈겠지만 <마스터마인드>는 그런 멋진 강도 영화가 아니다. 치밀한 강도짓보다는 엉뚱한 실수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심지어 이 장면들은 아주 찬찬히 지나가고, 공들여서 촬영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제임스는 훔친 그림을 나무케이스에 넣어 돼지 농장 천장에 숨기려 한다. 그런데 이 어수룩한 도둑은 모든 일에 손이 느리고 실수가 많아서 사다리를 잘 세우지도, 그림을 능숙하게 들지도 못한다. 결국 위태롭게 그림을 들고 천장을 오르내리던 그는 결국 사다리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천장에 잠시 갇힌다. 이 장면에서 <마스터마인드>는 능숙하지 못한 남자의 실수하는 몸짓을 아주 자세하게 보여주며, 도둑질을 마치 하나의 숭고한 노동처럼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나는 이 실패의 몸짓이 이상하게 정감가고 아늑하다고 느꼈는데, 제임스라는 남자에게 감화된 것인지, 아니면 이 남자를 담고 있는 <마스터마인드>라는 세계 자체가 좋았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영화를 본 시선에서 약간은 벗어나게 된다면, 물론 70년대 미국의 제임스라는 남성이 욕망과 생존을 위해 미술품 강도짓을 선택하고, 실행하며, 결과가 어떤지에 대한 과정을 사회적으로 톺아보고 읽어내는 것 또한 이 영화를 보는 날카로운 방식이기도 하겠다. 그렇지만 나는 삶의 사소한 면모를 들여다보는 영화의 장면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스터마인드>를 볼 때 엉뚱한 실수를 거듭하는 아름답고 어리숙한 제임스, 조쉬 오코너의 얼굴을 가장 유심히 들여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