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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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날> : 경로 이탈의 행복

By 김현진

시나리오 작가 ’(심은경 배우)는 노트에 연필로 어느 바닷가에 간 여자의 이야기를 써나간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낯선 바닷가 마을. 나기사(카와이 유미 배우)는 바닷가 마을의 역사를 다룬 박물관에 들르지만 이내 따분해하다가 인적이 드문 바닷가로 간다. 그곳에서 만난 또래의 청년 나츠오(타카다 만사쿠 배우)를 만나 금새 친해지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비오는 날에 다시 해변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간식을 나누어 먹고 거친 파도가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바다에서 수영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완성되고 겨울이 되어 이는 폭설이 내리는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시내의 숙박업소들에 빈 방이 없게 되자 산속 마을의 민박집을 찾아가는데 그 곳에서 무뚝뚝한 중년의 사내 벤조(츠츠미 신이치 배우)를 만난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 ‘Two Seasons, Two Strangers’처럼 미야케 쇼 감독은 두 여행의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 속에 엮었다. 두 주인공의 두 여행은 여름과 겨울이란 계절만큼이나 달라 보이지만 묘하게 결이 비슷하다. 일단 두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 공인된 관광지를 (자의든 타의든) 벗어나 외진 곳으로 가게 된다는 점, 그곳에서 낯선 남성을 만난다는 점, 그렇지만 그들 사이에 로맨스 같은 화학작용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놀랍게도 오히려 더 속 깊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두 여행은 생산적인 활동과 전혀 상관이 없고, 사실상 목적이랄 것이 없다. 가서 어떤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평소에 가지 않았을 곳에 가서,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 평소에 해보지 않았을 법한 것들을 하는 것에서 오는 소소한 기쁨과 재미를 얻는 것이다. 익숙한 여행의 경로를 이탈한 후에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서 받는 그 시간들의 고귀한 경험들이 <여행과 나날>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굳이 주제 같은 것을 찾아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주제를 찾아야만 한다면 아마 첫 번째 여행과 두 번째 여행 사이의 심은경이 연기한 작가 이의 모습에서 찾아야 될 것 같다. 거기에 많은 힌트들이 들어있다. 자신이 쓴 작품이 영화화되었고 나름 호평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없는 이의 모습은 이가 쓴 작품 속 나츠오의 자신감 없고 우울해 보이는 모습에 투영이 되어있다. 어쩌면 이것은 설마 감독 미야케 쇼의 고민이기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돌파구는? 이는 독백으로 말한다. 자신은 말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혀있다고. ‘인생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영원히 그곳에 있고 싶다. 말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 이 독백이야말로 미야케 쇼 감독의 진심어린 소망이자 그가 영화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아닐까. <여행과 나날>을 만들고 그 소망은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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