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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케이크> : 독재자는 국민의 삶에 어떻게 스며드는가

By 김미강

  영화 초반, 주인공 라미아와 그의 친구 사이드가 눈싸움을 한다. '마음이 맑으면 물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라는 라미아의 할머니 말처럼, 둘은 스스로가 물이 된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다가올 대통령의 생일을 언급하며 자신이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는 사이드. 곧이어 이어지는 대통령 험담에 라미아는 굳은 눈빛으로 말한다. "벽에도 귀가 있대." <대통령의 케이크>는 이 귀가 있는 벽, 얼굴이 있는 물처럼 독재자를 국민의 삶 곳곳에 숨겨둔다.

 

  라미아가 대통령 생일 기념 케이크 당번에 당첨된다. 점심조차 못 먹는 형편에, 비싼 케이크 재료를 구해야 하는 여정의 시작이다. 영화는 이 여정 속에 대통령을 반복해서 등장시킨다. 집과 학교는 물론, 광장, 상점, 카페, 시계방까지, 라미아가 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카메라는 슬쩍 대통령의 사진과 그림을 보여준다. '마음이 맑으면 물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라는 말 속에 독재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영화 후반, 케이크 재료를 구하는 여정이 끝나고, 사이드의 집으로 온 라미아가 강으로 향한다. 카약 위에서 강을 들여다보는 라미아. 물에 비친 라미아의 얼굴 위로 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학교에서의 폭격이 시작되고, 라미아와 사이드가 책상 아래 숨어 눈싸움을 한다. 이렇듯 라미아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에 그들의 얼굴을 비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이 영화 내내 정면으로 가장 많이 마주했던 얼굴은 대통령 사담 후세인의 얼굴이다.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에 이 독재자의 얼굴을 비추며 그와 사랑에 빠지는 최면에 걸리는 것이다.

 

  이것은 삶의 장소 곳곳에 독재자의 얼굴을 걸어두었던 1990년도의 이라크와 비슷하다. 독재자는 신 같은 절대자가 되어야 하며, 통치 방식은 종교와 비슷해야 한다. 영화 내내 기도를 중얼거리는 할머니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모스크로 가 기도를 올리는 라미아. 할머니가 습관처럼 내뱉는 "신이 함께하시길."은 마치 귀가 있는 벽을 의식한 어떤 믿음처럼 느껴진다. 일상에 스며든 종교, 그리고 얼굴과 기도를 통해 관객은 이 독재자 국가의 국민이 되는 체험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이런 정치적 영향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이크 재료를 구하기 위해 시내로 향하는 라미아와 할머니. 두 사람은 우체부의 차를 얻어 탄다. 운전하는 우체부와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라미아와 할머니, 세 사람이 농담 섞인 대화를 하는 것도 잠시. 카메라가 갑자기 조수석에 있는 한 남자를 비춘다. 의도적으로 그 남자의 존재를 가렸던 카메라는 이 남자를 통해서도 넌지시 대통령의 존재를 확인시킨다. 눈에 붕대를 감싸고 있는 남자는 얼마 전 폭격으로 인해 눈을 잃었다.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는 그는 마음속에 대통령의 존재를 더 단단히 새겼을 것이다.

 

  영화 중반, 케이크를 사기로 결정한 라미아와 사이드. 라미아는 돈을 구하기 위해 시계방에 아버지의 시계를 판다. 수많은 벽시계가 걸려있는 그 사이로 뿌연 거울이 보인다. 물질과 탐욕이 거래되는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바로 옆에 독재자의 초상화. 독재자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마지막 라미아와 사이드가 학교 폭격 속에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을 뒤로 한 채, 대통령 실제 생일 영상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와 현실을 기묘하게 잇는 끝을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어떤 경고를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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