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미러 NO.3> :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지는가.

By 조효주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빈자리를 메꾸어 나간다. 영화 <미러 no. 3>에서는 어떤 사람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원형을 보존하고서 이별을 유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별한 것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애쓴다. 또 어떤 이는 새로운 시작으로 이별의 아픔을 잊어버리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은 클래식 음악가 라벨의 거울 no. 3 “바다 위의 조각배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조각배는 일렁이는 바다 한가운데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운전하는 옆모습을 통해 비치는 차창 밖의 모습과 자동차 앞 유리창으로 보이는 시골길은 마치 출렁거리는 파도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들은 영화 초입의 자동차가 전복되는 사고 때문에 또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며 보게 된다. 마치 끔찍한 사고를 경험한 이후 그때의 사고 장면이 침습되어 나타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같다. 자동차 사고로 만나게 된 라우라와 베티, 베티의 가족들 또한 서로를 배려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동승자인 애인은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라우라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그리고 자신의 회복을 도와 줄 베티까지 만났다. 라우라는 몸만 빠져나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베티의 집에는 그녀의 몸에 딱 맞는 일상복과 심지어 잠옷까지 준비된 그녀만을 위한 안락한 방에서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타고 다닐 자전거와 필요한 것을 준비해주고 세심히 신경 써주는 가족 같은 사람들도 만났다. 그러나 베티가 라우라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실수를 하면서 베티가 사는 집의 빈자리에 대해서 짐작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라우라에게 베티는 은인이며 자신을 역까지 데려다주다 사고로 죽은 애인에 대한 죄책감까지 공감하고 살펴주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고맙고 진심을 다하고 싶다는 모습이 보인다.

베티는 이런 라우라를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라우라가 원래 그 집의 일원이었던 것처럼 대하며 자신이 경험한 이별의 빈자리를 다시 채워나간다.

반면 베티의 남자들(남편과 아들)은 이별을 대하는 태도가 그들이 하는 일에서 은유적으로 나타난다. 시골 외진 곳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하며 이따금 찾아오는 고급 세단의 GPS 기록을 리셋해 주고 은밀한 거래를 하듯 돈뭉치로 사례비를 받는다. 이런 그들에게 베티의 리셋 되지 않는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라우라의 존재로 안정을 찾아가며 라우라에게 진심으로 대한다. 그래서 아마도 라우라에게 더욱 진실을 말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 같다. 진실을 알게 된 라우라가 베티의 집을 박차고 나가며 그들과 이별의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베티의 가족을 만난 라우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며 그들에게 이제 이별은 과거 상처만을 주는 아픔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관련 기관 사이트

  • 부산광역시
  • 문화체육관광부
  • 영화진흥위원회
  • 영화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