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아이돌은 팬들에게 우상이자 사랑의 대상이다. 팬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아 무대에서 빛나는 별로 성장한다. 허나 성장을 위해서는 팬들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획사는 그 사랑과 도움을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치환해 수입을 올리고, 아이돌들은 사업 활성화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기에 아이돌 그룹 해피 팡파르의 멤버들은 주체적으로 살기 어렵다. 그들은 상품성을 지닌 회사의 엔터테인먼트 자산이므로, 아이돌로서 지켜야 할 생활 규칙은 물론 연애라는 감정마저 통제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아이돌이 빛날수록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곧 아이돌의 가치 지표다. 지극히 현실적인 논리가 환상적인 노래와 춤, 번쩍이는 무대 뒤에서 철저히 작동하고 있다.
그룹의 일원 마이는 ‘나 자신’이 지워지는 이러한 구조에 불만을 품는다. 동료 나나카의 비밀 연애가 발각된 직후, 마이는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케이와 함께 도주를 택한다. 그러나 사랑의 대가는 가혹하다. 마이는 어디까지나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연예계 종사자이며 어엿한 성인이다. 아이돌로서 팬에 대한 사랑 대신 ‘마이’로서 케이에 대한 사랑을 선택한 낭만은 거액의 손해배상 재판을 겪어야 하는 현실로 되돌아온다.
현실은 냉혹하다. 아이돌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주장한 마이의 호소에도, 케이와의 교제는 계약 위반이다. 재판의 결과를 생각해야 하고, 미래를 향한 새 출발을 설계해야 한다. 마이를 비롯한 인물들의 선택이 낭만적이든 현실적이든 선택의 산물은 필연적으로 찾아오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 그러므로 영화는 낭만적인 야반도주를 그리면서도 마이를 현실의 법정에 세운다. 그 진리를 일관되게 짚고 넘어간다.
영화는 인물의 가치관과 선택에 대해 재단하지 않는다. 재판이 심화될수록 불안이 고조되는 마이의 심리, 마이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선택에 대해서도 영화는 평가를 유보한다. 마이를 무작정 미화하지도, 마이의 대척점에 선 이들을 부정적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아이돌의 길을 선택한 나나카의 후일담도 연인이 된 케이의 선택도 손해배상 소송을 건 기획사도 담담하게 비춘다. 어찌되었든 저마다의 선택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들이 각자의 진솔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프레임에 남겼다는 사실이며 그 진솔함에 대한 대가는 각자의 몫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후카다 코지 감독이 “내가 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 한 것은, 영화의 마무리를 자신과의 대화에서 완성하라는 숙제와 같다. 필자가 간단히 나눠 보자면 누군가는 마이의 선택을 현실을 무시한 어린 치기로 다른 누군가는 대범한 저항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난 신념을 따르기 위해 현실의 대가를 감내할 수 있는가, 감내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어디까지인가? 극 중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듯 모두가 합의할 절대적인 답은 없다. 각자가 마이를 통해 이 과제를 곱씹는 일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