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랑가 앤 친타> : 성장의 리듬

By 박민지

사춘기는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시절이다. 마음은 한없이 흔들리고, 사소한 이야깃거리에도 크고 작은 동요가 일어난다. <랑가 앤 친타>는 그런 복잡하고 서툰 순간들을 노래와 춤, 표정과 시선으로 생생히 그려낸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감정의 거친 파동과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여린 순간, 그리고 그 속에서 놓치기 쉬운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덕분에 관객의 마음 역시 차츰 이야기에 물들며, 익숙한 성장의 곁을 따라간다.  

 

영화 곳곳에서 스며있는 음악과 춤은 인물들이 말로 다 못 전하는 마음을 대신한다. 늘 자신이 받던 글짓기 상을 랑가에게 빼앗긴 친타의 질투와 분노는 웅장한 음악과 힘찬 몸짓으로 선명해진다. 극이 흘러 사랑을 알아가며 느끼는 설렘과 두근거림은, 화려한 조명과 섬세한 피아노 선율, 이어지는 춤동작에 녹아 조용히 번진다. 그녀의 감정은 그 속에서 더욱 실감나게 살아난다. 이렇게 영화 속 노래와 춤은 사춘기의 요동치는 감정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중간에 스쳐가듯 등장하는 농구 경기 장면 속, 빠르게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튀는 농구공은 마음 속 출렁임을 닮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며, 예측할 수 없이 요동치는 청소년들의 감정이 경기장 속 농구공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하다 .   

 

장면마다 바뀌는 시선과 공간 연출 또한 변해가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랑가가 낡은 버스 위에서 멋진 차 안에 있는 친타를 내려다보지만, 친타는 낮은 차체 탓에 그를 전혀 보지 못한다. 시작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멀리 두지만, 조금씩 ‘나’라는 책, 짧은 편지, 손바닥에 적힌 메시지로 서로의 간극을 좁혀간다. 시선이 맞닿을수록 물리적, 심적 거리도 줄어든다. 냉대와 오해, 경계가 지배했던 두 사람이, ‘나’라는 책을 통해 가까워진 것처럼. 그들 역시도 미성숙한 자기 자신인 ‘나’에 대해서 가까워지고 있는 듯 보인다.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들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며 친타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마주하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그 마음을 숨겨야만 하는 혼란과 죄책감을 경험한다. 늘 솔직하자던 그녀가 아이러니하게도 비밀을 품게 되는 과정은 사춘기의 현실적인 내면 변화를 진솔하게 그린다.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 분주하고 복잡했던 마음의 리듬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천천히 다리 위를 지나는 지하철, 그 아래의 평범한 거리,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과 옥상에 흩날리는 낡은 천 조각들이 나타난다. 잠시의 고요함 속에 한동안 뜨거웠던 내면이 조용히 정리된다. 뜨겁고 불안했던 시간들을 지나온 뒤 찾아오게 되는 고요한 순간은, 불안정한 청춘들에게 ‘결국 이런 시간도 지나간다’는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랑가’와 ‘친타‘는 결국 특별한 두 사람만의 이름이 아니다. 흔들리고 어설프며, 때로는 숨겨진 각자만의 비밀과 혼란을 안고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지나온 이름인 듯하다. 영화는 학생들의 활기찬 단체 군무로 시작해 다시 군무로 끝을 맺으며, 그렇게 수많은 ’랑가‘와 ’친타‘가 함께 어울려 성장의 춤을 완성한다. <랑가 앤 친타>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성장의 순간과, 또 그 속에서 만나는 불완전한 감정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되살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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