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7월의 유령들> : 푸른 희망

By 변숙희

 여기 4개의 챕터로 나뉜 영화가 있다. 각 챕터는 한 인물이나 그들의 만남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다룬다. 

 200년도 훨씬 전 신분 사회가 고착된 유럽 사회에서부터 이 영화는 시작된다. 상류 사회의 구성원으로 태어나서 교육이라거나 하인들의 수고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고 사는 사람들과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되어 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봉사하는 삶을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로 양분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는 그런 체제에 대해 궁금증이나 반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녀의 신분을 사는 로테는 신분에 흔하지 않게 글을 읽을 수 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에 진보는 바랄 수가 없다. 윗사람의 호통에 종종거려야 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자신의 일에 골몰한 상전에게 음식을 차려주고 얼른 사라져 줘야 한다. 그들을 지켜보는 카메라는 줌 아웃되며 바삐 넓은 정원을 지나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다음 챕터에서는 현재의 시간으로 넘어와 또 다른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우르술라는 텅 빈 가구 전시장에서 홀로 청소기를 돌리고 일을 마친 후 귀가하여 쉬다가 또 다른 일자리의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웨이트리스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악기를 짊어지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람에게 호감을 지니고 무리해 가면서까지 그에게 온갖 호의를 선뜻 제공하기도 한다. 전날 음악가가 입었던 옷의 색인 진한 파란색이 그녀에게 묻어난 것처럼 우르술라는 다음날 연하늘색의 옷을 입고 종횡무진 도시를 누빈다. 우르술라가 처음 음악가를 길에서 마주친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우르술라에게 줌 인되는 듯했다가 그녀의 뒤로 우뚝 솟아오른 산으로 옮겨간다.

 이 챕터들에는 서로의 연결점들이 여럿 존재한다. 챕터의 주인공들이 우연히 길에서 발견하는 파란 돌이 있고 로테가 나무에서 채집하는 앵두와 우르술라가 마트에서 사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체리로도 이어진다. 그런 체리를 음악가가 선뜻 제안해 줘서 우르술라도 달콤한 체리를 맛본다. 음악가 추밀라는 왕자에게서 내려진 벌로 벽에 갇혀버린 사내의 입에 체리의 씨앗을 물려준다. 그리고 과거의 로테는 왕족을 시민의 손으로 끌어내리는 혁명이 일어난 프랑스 땅으로의 도피를 행하지만, 현재의 우르술라는 노동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외국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난민들로 인해 불만이 커져 가는 독일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요강이나 치워주며 살 거냐면서 로테는 동료에게 다른 삶으로의 희망을 조금 꿈꿔본다. 동료가 피라미드라도 갈 거냐면서 묻지만 정해 놓은 데는 없다. 현재의 그 도시에는 흡사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커다란 산이 존재한다. 왕의 사후 세계를 책임질 무덤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공사에 동원된 피라미드와 광산에서 나온 부산물로 이루어진 산. 그래서 피라미드와 같은 산이 생긴 이 도시로 이방인들은 몰려드는 것일까. 돌조각을 떠받드는 조각상처럼 이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들과 다르게 푸른 꽃을 노래하는 시를 쓰고 음악을 연주하는 그들을 보며 푸르름이 담긴 세월을 이겨낸 돌처럼 그들도 어디선가 희망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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