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충충충> : 벌레 충蟲에는  벌레충虫이 세 개 붙어있다.

By 권아인

한창록 감독의 충충충을 짧게 요약하자면 버러지 같은 삶을 사는 세 명의 蟲들이 각각 충동, 충돌, 충격의 세 衝을 행하는 이야기이다. 87분이라는 짧다면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인물 각각의 역동적인 서사가 서로 유기적으로 엮이며, 옛날 옛적 MTV를 연상케 하는 아날로그적인 텍스처에 담아냈다. 

 

앞서 MTV를 언급했듯, (낮은 예산 때문일테지만) 영화 속의 다양한 텍스쳐는 영상의 정보 값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로 조명을 이야기하자면 많은 경우 인물 이외의 다른 것들은 식별이 어렵도록 세팅되어 있다. 교실을 제외한 실내 촬영의 경우에는 공간 내부의 조명을 최소화 하고 일종의 석양 같은 색상 값을 지닌(참고로 실외 촬영에서도 실제 석양 배경을 자주사용한다) 노랑 계열의 전구색 빛이 방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방법으로 처리될 때가 많다. 이는 스스로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인물들, 특히 그 중 용기의 마음을 반영한 듯하다. 

 

둘째로 핸드헬드를 비롯한 거친 앵글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이 경우 그 시절 뮤직비디오보다는 왕가위 색이 진하다. 그 자체로 스타일일 수도 있지만 고정되어있지 않은 카메라는 그만큼 관객들로 하여금 피아식별을 방해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역시 마음 붙일 곳 없는 십 대들의 상태를 반영하는 장치로 보인다.

 

VHS를 따온 듯한 러프한 필터도 그와 비슷한 결과값을 낸다. 충충충은 선명하고 또렷한 화질로 연출적인 미장센을 자랑하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인물들의 거친 생활만큼이나 텍스쳐는 내내 거칠고 때로는 색 반전까지 사용해 단번에 파악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양옆의 정보 값을 소거한 4:3 화면비까지. 화면비 변천은 어떤 비율이 어떤 식으로 더 많은 정보량을 전달하는가에 맞춰 이루어져 왔고, 요즘은 포커싱하는 피사체의 성질에 따라 연출자가 선택하는 정도로 정리되었다지만, 여기에서의 가로가 짧은 화면비율은 인물에의 집중에도 분명 목적이 있다. 제목부터가 주인공들을 지칭하는 충충충 아닌가.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일련의 이유들로 인해 뒷배경이 가져다주는 인물 외의 이야기들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영화 속의 여러 연출적인 기교는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정보 값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결과로 향하게 된다. 

 

이러한 통제적인 분위기는 세 蟲들, 용기, 지숙 덤보의 상황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누가 봐도 착실하게 학교 다니며 학업을 이행하는 고등학생으로 보이지 않는데, 상황은 그들을 억누르고, 주변에 제대로 된 성인은 보이지 않으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마음 안에서 가상의 엄마를 상상해내는 용기, 프로아나가 되어 스스로의 신체를 갉아먹는 지숙, 넷카마 짓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덤보 모두 결국 하고자 하는 것들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주요 기제로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어찌 보면 강압적으로 보이기까지하는 영화의 태도는 '한눈팔지 말고 내 메세지에 집중해! 지금 우리 사회가 이런 아이들을 키우는 거란 말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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