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엄마의 시간> : 연약하지만 나약하지 않은 소녀들

By 민국주

다르덴 형제의 <엄마의 시간>은 미혼모 시설에서 지내는 여러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만삭 상태로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는 아리안, 출산 후 남자 친구와 갈등을 빚는 펄라, 아이의 미래를 위하여 입양을 고려하는 제시카. 마약 문제를 극복하고 남자 친구와 가정을 꾸리려는 줄리아. 영화는 이 중 한 인물을 밀도 있게 따라가는 대신, 여러 인물을 넘나들며 각자의 사연을 균형 있게 보여준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어느 인물에게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들이 겪는 문제는 극적이기보다 현실적이다. 더불어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이들의 사연을 감정적으로 호소하지 않고 현 제도와 교육의 모습을 아울러 그렸다는 데 있다. 십 대에 아이를 낳은 소녀들이 얼마나 비참한 인생을 사는지, 소녀들이 낳은 아이의 장래가 얼마나 어두운지 따위의 불행 포르노는 이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도 이 소녀들에게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느냐는 식의 추궁과 질타를 내뱉지 않으며 이 소녀들 또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 같은 건 하지 않는다. 타인이 추정하는 비극이 아니기에 더욱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다. 등장인물들의 완벽한 연기가 한몫 더한다.

 

십 대에 출산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미성숙한 소녀들이라고 해서 아이를 책임지지 못할 만큼 약하지는 않다는 걸 영화는 시종일관 어떠한 편견도 없이 보여준다. 미혼모이기에 육아도 서투르리라 짐작할 수 있지만, 이들은 미혼모 시설의 보호와 제도, 교육 안에 있기에 그렇지 않다. 아기차를 얼마나 씩씩하게 끄는지, 얼마나 능숙하게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지, 얼마나 기꺼이 서로를 돕는지, 어린 엄마라 할지라도 그런 힘을 지닌 것이 얼마나 당연한지 보고 있자면 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 곁에 존재하는 이성적 어른들, 연민하지 않는 교육의 힘이 미성숙한 존재들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또한 절절히 깨닫게 된다. 누구에게는 존재하고 누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모성에 기댈 문제가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돌보는 방법을 아는 것,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울타리, 연대의 온기뿐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십 대지만, 어리기에 더 큰 미래가 눈앞에 있다. 그들을 문제아로 몰아붙이는 건 그들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편견이 아닐까? 한 번, 두 번, 세 번 실수했다고 해서 그다음도 실수하리라 단정 짓는 타인의 냉담한 시선이 아닐까? 미혼모가 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실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들과 그들이 낳은 아이를 지키는 데는 분명 제도와 교육의 힘이 필요하다. <엄마의 시간>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노골적으로 웅변하기보다 등장인물의 희망적 삶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거장의 노련함으로,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야말로 이토록 안온한 시선임을 이야기의 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관련 기관 사이트

  • 부산광역시
  • 문화체육관광부
  • 영화진흥위원회
  • 영화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