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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탄생> : 믿음으로 맺어진, 특별한 이들의 동행

By 김예은

 대한민국에서 흑인은 이방인 같은 존재이다. 단일민족 국가에서 타 인종은 낯선 존재이고, 인간은 낯선 존재에게 날을 세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는 어떤 존재일까. 소수자라는 이름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듯, 사회적 약자의 반열에 오르는 자들이다. 흑인과 성소수자. <사랑의 탄생>에서는 무척이나 생소하고도, 이질적인 두 존재가 동행하며 막을 올린다. 어떻게 이들은 동행하고, 동행의 끝에 도달하는 곳은 어디일까.

 

 시작은 놀이공원이다. 백호의 인형 탈을 쓴 장세오(한현민)은 한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외형은 흑인이다. 돌연변이라는 백호처럼 세오도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며 살아와 삐뚤어졌는지, 행보가 독특하다. 병가를 낸 후 수백만 원에 호가하는 명품브랜드 캐리어를 구입하고, 말쑥하게 차려입고서는 지하철에 타 여행의 동행자를 구한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제안을 응하는 건, 소라(이주영)다. 낯설고 수상한 세오이건만, 소라는 그의 여정에 순순히 참여한다.

 

 이들의 동행에는 거창한 대의는 없다. 대의만 없을까, 편견도 없다. 그럼으로써 서로에게 신뢰가 싹튼다. 믿음은 경로의 제안으로 이어진다. 세오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만 같은데, 소라도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제안을 건넨다. 세오는 군말없이 응한다. 성소수자인 소라의 비극은 세오가 겪은 것은 종류는 다르지만, 고통이 주어졌다는 것은 같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나란한 걸음이 엇박자로 느껴지지 않는다. 말끔한 정장 구두와 캐주얼하고 낡은 운동화가 내는 소리는 조화롭게 어울린다. 다만 거슬리는 게 있다면 도르륵, 도르륵 열심히 소리 내는 명품 캐리어일 것이다.

 

 여행은 의식의 흐름처럼 흘러간다. 이동과 사색 중에 자연스레 플래시백이 이루어진다. 두 사람이 겪어온 혐오와 편견의 시간은 고통스럽다. 고통은 그간의 감정을 담은 눈물로 드러난다. 그러나 눈물에 그치지 않는다. 뒤로 걸으면 풍경이 멀어져 예쁘다던 소라의 전 연인(문근영)의 말을 따르기라도 하듯, 두 사람은 트럭 뒷자리에 올라 멀어져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마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 회고에는 회복이나 극복 같은 거창한 목적은 없다. 그저 감상할 따름이다.

 

 회상을 끝마친 두 사람은 기차역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발걸음에 소음을 끼얹던 명품 캐리어는 이 아름다운 동행이 언젠가 끝난다는 예고와도 같다. 아무래도 그래서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식탁을 만들어주겠다던 소라의 약속이 거슬림을 말끔하게 지워준다. 믿음을 도무지 가지려야 가질 수 없었던, 상처로 가득한 이들끼리 맺어진 인연은 재회를 충분히 기대하게끔 만든다.

 

 영화 <사랑의 탄생>은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이 믿음으로 인연을 맺고 동행한다. 이 과정을 완전한 극복이나 상처의 회복이라 논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담담하게 상처를 들여다볼 용기를 지니게 만든다. 그리고 시작은 가벼웠으나 다정한 배려로 완성된 우정에 다다른다. 이 견고한 우정은 이들을 다시금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물론, 이 여정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연대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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