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단잠>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By 권아인
한 모녀가 있다. 어머니 인선은 동해에서 게스트하우스 일을 하고 딸 수연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아버지이자 남편 지호가 자살한 상처를 품고 살고 있다. 이광국 감독의 단잠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수연은 정말 골칫덩이로 보인다. 전단지를 붙이다 발각되자 도리어 들이받지를 않나, 남이 보면 염치없어 보이는 행동도 곧잘 하며 그 정도가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이다. 인선은 그와 대조적으로 겉으로 속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계속 내부로 감정을 삭이는 인물로 수연과 반대 축에 있는 인물이다. 
영화는 동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방 한쪽에 고장 난 지호의 시계와 함께 거의 3년을 모셔두었던 남편의 유골함과 오래간 가족들의 흔적과 생계의 흔적이 남아있는 집을 인선이 정리하려고 하면서 그에 반대하는 수연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특히 어떤 방식으로 튈지 알 수 없는 수연의 행동이 내러티브의 주요 동력으로 작동하면서, 극 중 대사 "잘 하지 그랬어"로 대변되는, 마치 이따금 송곳으로 찌르는 듯하게 불쑥불쑥 올라오는 주인공 모녀와 그 주변 인물들의 미련과 감정들, 그리고 그로 인한 행위들을 순차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옛날에는 삼년상을 기본으로 치르지 않았던가. 3년은 잊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럼 10년이 지나면 괜찮을까? 더 길게는? 영화는 계속적으로 질문한다. 하지만 고장 난 시계처럼 마음의 시간이 멈추었다고 한들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쉽지 않겠지만 고장 난 시계는 고치고, 멈추지 않는 바깥의 시간과 나는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일종의 환영의 형태로 계속 불쑥불쑥 나타나는 남편/아빠는 계속 복기되는 과거와 미련, 온갖 놓쳤던 징조들을 표현한다. 여기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인물이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닌 과거의 인물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며 과거의 행위와 현재의 감정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다만, 이 방법을 일관되게 사용하지 않은 부분과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이 방법을 스스로가 잊고 편집 점을 제대로 잡지 못 한 부분은 아쉬운 지점들로 남는다. 
안타깝게도 아쉬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결말 부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요즘 미디어에서 묵음 처리할 정도로 자극적인 단어 내지는 현상으로 취급하는 자살을 너무 날 것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Trigger* Warning 이라도 했어야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들지만, 여부 관계 없이 그 장면 하나로 실제 자살자 유가족들에게 쉽게 보여주지는 못 할 영화로 끝나고 말았다. 
(*심리적 외상을 포함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끌어올리는 자극을 표현하기 위해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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