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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탈 밸류> : 말하고 싶은 센티멘탈 밸류가 너무 많아

By 정은진

인물들의 감정을 잘 표현하기로 정평이 난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신작 센티멘탈 벨류는 지금까지의 그의 영화들처럼 정교하고 드라마틱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을 통해 보르그 가족의 이야기가 들려준다. 이 가족이 지니고 있는 아픔이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3세대에 거쳐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가족에 관한 영화이면서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며 또한 역사와 예술 특히 영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어린시절 노라가 쓴 집이 감정을 가졌다면 어땠을까라는 에세이를 제 3자가 나래이션으로 들려주며 시작된다. 뛰어난 연기를 할 수 있는 연극배우인 노라는 무대공포증이 있다. 심리상담가였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상담 치료가 필요한 그녀이지만 막상 노라 자신은 그것을 거부한다. 노라의 상처는 뭐 때문인지 그녀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역사학자인 동생 아그네스와 아버지 구스타브의 이야기도 연결된다. 영화는 노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아름다운 집에 살았던 보르그 가족의 이야기이다. 자매애와 부녀애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현재 살고 있는 보르그 가족 3명 모두가 주인공이다. 노라와 아그네스 자매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온 어린 시절 자신들을 버렸던 아버지 구스타브와 재회한다. 아버지 구스타브는 한때 잘 나갔지만 10년 이상 영화를 찍지 않았고 특별전에 초청이 되는 감독이다. 어린 시절 자신들을 버렸던 아버지가 용서가 되지 않는 딸들과 달리 아버지는 딸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구스타브는 오랜만의 복귀 작품으로 직접 각본을 적어 큰딸 노라를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아직 노라와의 관계를 회복하지 않았으면서도 노라가 하는 연극에 불만을 얘기하는 아버지 영화에 노라는 출연하고 싶을 리가 없다. 그녀는 각본을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들 부녀가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 부녀를 보고 있으면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얼마나 오랫동안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같은 상황을 경험했지만 동생 아그네스는 왜 노라보다 상처가 덜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영화 안에 연극을 하거나 영화를 찍으며 다층적인 연기를 하고 있다. 트리에 감독의 이전 작품인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가 연기하는 노라는 물론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배우인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연기하는 아버지 구스타브도 한때는 잘 나갔던 늙어버린 중년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이 대단한 두 배우가 연기해내는 부녀의 대화 장면은 보는 관객도 숨 막히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성공한 배우인 레이첼 캠프를 연기하는 엘르 패닝의 연기도 놀랍다. 레이첼 또한 영화 그 자체를 너무 사랑하는 배우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이다. 특히 그녀가 스스로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고 구스타브의 최선이 아닌걸 보여주는 장면을 연기할 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칸디나비아식 영어 액센트를 연습해서라도 감독과 본인이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려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쿠스타브의 영화 속 대사를 엘르 패닝이 영어로 리허설 할 때도 감탄스럽지만 나중에 레나테 레이스베가 노르웨이어로 똑같은 대사를 할 때 그 울림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데 두 배우 모두의 연기가 강렬하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모국어로 전달 할 때 그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보르그 가족들이 여러 세대를 살아왔던 집이라는 공간을 보여주는 것도 너무 흥미롭다. 같은 공간이지만 어느 세대에는 놀이방, 또 다른 세대에는 도서관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 하는 것과 오래된 난로배선이라는 같은 물건을 통해 각 세대의 어린이들이 똑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도 흥미롭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인물들의 감정이 롤러 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보게 되는 영화이다. 굉장히 무겁게 진행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영화는 중간 중간 유머를 잊지 않거나 영화 속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 그리고 완전한 블랙 아웃을 컷을 넣어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다. 배우들의 연기와, 그림 같은 집과 같은 미장센, 아름다운 바다와 같은 자연을 보여주는 영상미가 뛰어나 눈도 즐겁고 배우들의 연기 톤과 배경음악에 청각도 사로잡히고 가족과 트라우마 그리고 노르웨이가 가진 아픈 역사까지 다루는 서사마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잘 풀어져 있어 영화가 끝나고도 많은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곱씹게 된다.

아마도 어떤 관객에게는 너무 잔잔한 영화로만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 본인이 가족으로 받은 어릴 적 상처가 있거나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우울하고 외롭다는 것을 겪어본 관객이라면 충분히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얻게 되는 “Sentimental Value"가 모두에게 다르겠지만 분명한건 누구나 그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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