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육중한 철문이 소리를 내며 열린다. 마르고 피폐한 죄수들이 연극무대 같은 감옥에 들어서고 노역을 시작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죄수들의 수많은 서신은 폐쇄된 차가운 공간에서 화염을 만들며 불태워진다. 한 젊은 검사에게 가까스로 절규에 가까운 서신이 닿는다. 카메라는 위험을 감수하며 신념을 지키려는 검사를 따라간다. 과연 <두 검사>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고통받는 수감자들을 제도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까.
영화는 억압과 의심, 차가운 냉대가 지배하는 공간을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으로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채도가 낮은 감옥의 벽, 문, 의상은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사고와 생활을 넘어 체제에까지 통제가 이르는 것을 보여준다. 탄압받는 죄수들의 체념한 듯한 모습은 냉혹한 간수들과 대비되며 비장미를 더한다. 여기에 검사가 요청한 수용자와의 면담이 가로막히는 모습은 반복되며 무거운 공기에 힘을 보탠다.
권력의 부패를 인지한 검사가 또 다른 검사인 검찰총장을 찾아가는 출장길 역시 감옥의 공간적 이미지와 궤를 같이한다. 감옥과 다른 공간, 구도, 인물, 대사의 방식은 다음 막이 올려진 듯하다. 기차에서 만난 인물로 인한 공간 전환에 대한 환기가 특히 인상 깊다. 그러나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반복되고 변주되는 대사는 전 막에서 구축된 영화 속 체제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을 높인다. 처음의 긴장감은 이완되지 않고 점차 상승하며 검찰총장과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막인 검찰총장의 집무실과 대기실의 공간 배치와 인물들의 경직된 모습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 적법절차와 정의는 공중에 공허하게 흩날릴 위기에 처한다.
<두 검사>는 복잡한 서사나 화려함 없이 간결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체호프의 단편소설과 닮았다. 무채색으로 표현된 공간과 무미건조한 대사, 무표정에 가까운 인물들이 시간의 순차적 흐름에 따른다. 복잡한 화면 구성이나 시간 구성에 헤매지 않고 검사의 행보와 심리 변화를 직시한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무채색의 공간에 갑자기 들어선 붉은색이나 무미건조한 대사와 대비되는 기차 장면이 간결한 서사 속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관객들은 두 검사의 정의와 신념이 뿌리 깊은 권력의 부패를 막아낼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영화를 따르게 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관객들은 신념과 정의 그리고 시야에 관한 생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제도를 구축한 이상과 이후 변질된 현실의 간극과 신념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대하여도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영화는 193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특정 국가나 시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치며 엔딩 이후를 상상하고 또 곱씹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