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단잠> : 시간은 약이 아니다.

By 이유진

죄책감.

 

가족과 사별했을 때, 남은 가족들은 그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했든 아니든 보편적으로 가족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감독 이광국의 영화 <단잠>은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서지호가 44살의 나이로 어느 날 갑자기 유서도 없이 자살을 하자, 유가족인 아내 인선과 무남독녀 수연이 느끼는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다. 아내 인선 역은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박충섭 엄마로 자신의 아들이 최고이고, 그렇기에 아들의 여자친구도 아껴주는 보편적인 한국의 엄마 얼굴을 인상 깊게 연기했던 배우 이지현이 맡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그녀의 동그라면서 기죽은 듯 주변 눈치를 보는 눈은 대사보다 많은 이야기를 뱉어낸다. 또 한 명의 한국 어머니상 배우의 탄생이다.

 

서지호의 3번째 기일이 다가오자, 인선과 수연은 집에 모셔둔 서지호의 유골의 안치 문제를 두고 갈등한다. 이제는 서지호의 유골을 바다에 뿌려 제대로 장례를 치루고 싶은 아내 인선과 계속 집에 아버지 유골을 모시고 싶은 딸 수연이 충돌한다. 그 과정에서 인선과 수연은 왜 서지호가 자살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기에 유가족들은 자책한다. 하지만 서지호의 자살에 애당초 이유라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 이유를 찾는 유가족은 더욱 고통스럽다. 또한 서지호가 자살하고 나서, 인선과 수연을 대하는 주변인들의 태도도 그들을 비참하게 만든다. 남편이 자살한 여동생의 불행이 행여 자신의 딸에게도 전염될까 두려워 인선에게 자신의 딸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하는 인선의 언니. “괜찮아?”라고 수연에게 거듭 물으며 어색하게 대하는 수연의 친구, 동희. 그러한 주변 인물들의 달라진 태도는 자살 유가족의 삶을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

 

 

영화 후반부에 수연이가 딸을 10년 전에 자살로 보낸 자살 유가족 모임의 한 남자에게 묻는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면,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 남자는 답한다. “아니. 우리끼리 기억하자.”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비극적인 일에 흔히 시간이 약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은 약이 아니다. 물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고통이 어느 정도 희미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자살하기 이전으로 유가족은 결코 돌아갈 수 없다어느 인터뷰에서 감독 이광국은 이 영화의 제목을 <단잠>으로 정한 이유가 자살유가족이 잠시나마 단잠을 자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살유가족은 자신의 남은 생애 동안 결코 달콤한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생의 순간순간 잠시 웃고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가족을 잃는다는 건 자신의 신체 일부가 잘려나간 것만큼이나 잊을 수 없고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화 <단잠>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BGM으로 깔리는 음악, 맨디 바넷의 <Beautiful Dreamer>​ 가사가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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