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관찰자의 일지> : 인생은 서스펜스(Suspense)

By 고희권

영화는 각각 다른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대한민국의 대전, 세르비아, 태국을 무대를 배경으로 하여 옴니버스 형식을 갖추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설정이나 영화 흐름을 중심을 구성하는 스토리도 제각기 다르게 구성되고 있으며 카메라는 그들을 지켜보는 형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이 영화의 핵심은 특별한 서사가 갖추어지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배경 속 일상에 내포한 감정을 임정환 감독만의 독특한 생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영화는 결국 완성된 일원 체로 수렴한다. 다만 세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의 주요 인물들이 같은 배우들이 맡는다 특징이 있다. 각 이야기는 배경, 배우들의 설정과 직업, 일어나는 사건으로 구분되어 다른 결을 드러낸다. 배우의 반복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대전, 세르비아와 태국이라는 상이한 공간에서도 동일한 한국 배우의 마스크가 등장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할된 칸막이들 사이에는 자그마한 연결 장치들이 숨어 있다.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그 장치들 덕분에 이야기들은 영화는 인물의 설정을 바꾸며 만든 칸막이를 세움과 동시에 희미한 관계성을 드러낸다. 인물들의 전생이나 아득한 과거의 기억이 배어 있는 듯, 확연화 되어있는 경계를 희석시킨다. 영화는 이러한 미묘한 시도를 통해 기억의 불안정성과 관객 시선 속 의뭉스러움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며 단순히 조각난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오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담겨진 서사들 역시 긴장감이라는 키워드를 투영해 눈여겨 볼만하다. 스토리들은 코믹스럽지만 고조되는 분위기를 가진다. 전남편을 만난 뒤 이루어지는 아슬아슬한 파티, 도망자와 이를 쫓는 추격, 괴한들의 감금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는 자들의 이야기, 서스펜스 영화의 관습적인 설정들이다. 영화의 대사를 빌려보자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기 위한 설정들로 해석된다. 재미에 걸맞은 가공성과 서스펜스를 띄면서도 일어날 수 있을 법한 것이 있는 리얼리티를 유지한다. 흡사 숨겨진 다이어리속 흥미로운 기록을 읽는 듯하다. 앞서 언급하였듯 각 이야기를 이루는 서사들은 특별한 것이 없다. 긴장감을 주는 장르적 역할로 소모되고 그 긴장감은 다시금 두려움, 설렘, 당혹감과 같은 부수적인 감정들을 낳는다.

 

영화는 각자의 일상에 내재된 긴장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이 과연 영화가 될 수 있는지, 나아가 그것 자체를 예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연결된 3막이라는 독특한 구조와 서스펜스적 재미에서 피어오르는 기묘한 설정을 통해 영화적 경험으로 서술되며  파편화된 일상을 인생이라는 구조로 변화시킨다. 관찰자의 일지는 자칫 감독의 세계에서 갇힌 사적 자서전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 배우로 다룬 3막의 구조와 오직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는 무엇인지에 전위적인 시도는 그의 독특한 매력으로 읽힌다. 그 매력이 더 많은 관객에게 닿기를 바라며 임정환 감독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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