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1999, 면회‘찌질’하기 짝이 없는 세 친구 이야기. 대학 신입생과 재수생인 두 고교 동창이, 졸업 직후 입대한 친구에게, 친구의 애인이 부탁한 ‘절교 편지’를 전하기 위해 면회를 가는 과정과, 친구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코믹하면서도 짙은 페이소스를 담아 그렸다. 어찌나 찌질들한지 두 친구는, 친구가 복무 중인 부대를 찾아가는 데만도 헤매고 또 헤맨다. 영화는 초반 수십 분간을 그 과정에 할애...
한국영화의 오늘
개똥이단적으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서 선보이는 <창수>의 저예산 버전이라 할만하다. 혈혈단신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개똥이와 창수는 영락없이 이란성쌍둥이 같다. 공장 노동자와 돈 받고 하는 대행 감옥살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도, 밑바닥 인생이긴 매한가지다. 사는 동네들도 후지다. 사랑도 마음먹은 대로 풀리질 않는다. 하지만 공통점만큼이나 큰 차이들이 둘을 갈라놓는다. 추억이건 악몽이건 가족의 존재가 부...
한국영화의 오늘
건축학개론전국 410만 여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멜로 영화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한 화제의 멜로물이다. 15년간의 시차를 두고 펼쳐지는 첫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감흥을 선사한다. ′건축학개론′은 15년 전 건축학과였던 남자와, 음대생이었던 여자의 첫 만남이 이뤄졌던 수업이었던 것. 무엇보다 캐스팅 효과가적중했다. 개별적 매력도 매력이지만 한가인-엄태웅과 수지-이제훈 간의 화합작용이 적중했다. 특히 수지는 아저씨 부...
한국영화의 오늘
공정사회단적으로 ‘<모범시민>의 여성 버전’이다. 제목에서부터 영화는 괴한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 아내와 딸의 ‘사적 복수’에 나서는 그 남자 이야기와 닮았다. 그 사적 복수의 주체가 한갓 평범한 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서 공감과 분노의 강도는 한층 더 세다. 영화가 던지는 도의적 질문들의 무게감에서도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보다 더 문제제기적이랄까. 딸의 성폭행범에 대한 엄마의 복수나 공권력의 무능함 등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기억의 소리단편 영화 감독, 충무로 조감독,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 뒤 늦은 미국 유학 길, 귀국 후 대학에서의 강의 및 이런 저런 영화 활동 등 변화무쌍한 이력을 자랑하는, 50대 중반 늦깎이 여성 신예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미 30여 전인 1979년 단편 <또 다른 방>으로 제5회 청소년영화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감독에게, 뒤늦은 첫 장편을 빚어내게 한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그 이유를 짐...
한국영화의 오늘
낭만파 남편의 편지“반복된 일상생활을 탈출하고자 보내온 남편의 편지를 오해한 아내의 심리 행동변화를 색다른 구성으로 시도한” 안정효의 동명 중편 소설을, 실험적 스타일로 영화화했다. ‘실험적’은 ‘연극적’으로 바뀌어도 무방하다. 영화는 철저히 연극적 컨벤션에 입각해, 42살 결혼 9년 차 권태에 빠진 부부를 중심축으로, 오로지 42.9m²의 연극적 공간 · 무대에서 펼쳐진다. 때문에 주인공 부부를 포함한 인물들의 행위들은 사실...
한국영화의 오늘
내가 고백을 하면피곤한 서울 생활을 피해 주말마다 강릉을 찾는 영화 제작자 겸 감독과, 문화생활을 위해 주말마다 서울로 향하는 가정방문간호사를 두 축 삼아 전개되는 유쾌한 관계의 드라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만나 가까워지는지, 그 과정을 여유 있는 시선으로 좆는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맛이 꽤 삼삼하다. 예지원, 김태우 두 배우의 연기 호흡도 좋다. 음악 연출도 안성맞춤이다. 한결 더 감성적·낭만적·긍정적이긴 해...
한국영화의 오늘
다른 나라에서감독 특유의 반복과 변주가 돋보이는 전형적 ‘홍상수 표 영화’. 수상엔 실패했어도 2012 칸 경쟁 부문에서 선보이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모항이라는 해변 마을로 엄마와 함께 빚에 쫓겨 내려온 영화과 여학생이 심심도 하고 불안감도 떨쳐낼 겸 시나리오를 쓴다. 프랑스 여인 세 명이 등장하는데 이름이 모두 안느다. 인기 영화감독, 한국 남자와 연애 중인 유부녀, 한국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 이혼녀다. 거듭 ...
한국영화의 오늘
돈의 맛이 시대 최고의 맛인 ‘돈의 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추악한, 하지만 일말의 구원 가능성이 꿈틀거리는 욕정과 치욕의 드라마다. 김강우가 분한 캐릭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람난 가족>의 주인공 주영작(황정민)의 또 다른 이야기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부터 <하녀>에 이르는 감독의 영화세계를 접해본 적이 있다면, <돈의 맛>이 자본주의 체제의 이면을 통렬하게 비판·조롱한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
한국영화의 오늘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한국의 대표적 게이 액티비스트 영화인인 김조광수 제작자 겸 감독의 주목할 만한 장편 데뷔작이다. 소위 일반과 이반의 구분 없는 ‘열린 세상’을 향한 감독의 소망이, 기대 이상의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코믹 퀴어 영화다. 동성애자이면서도 자신들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가짜 커플 스토리.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 민수(김동윤)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문제의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