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도시의 병원, 방사선과 기사로 일하는 연우는 어린 시절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은 걸 본 뒤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다. 병원에 새로 온 간호사 원희가 연우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점심 먹는 것조차 병원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는 연우는 원희의 관심이 달갑지 않다. 몇 차례 우연한 계기를 거쳐 둘은 차츰 가까워지고 꽁꽁 닫혔던 연우의 마음도 조금씩 열린다. 그러나 원희에게는 연우에게 말 못한 비밀이 있고, 둘의 사랑은 길게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김진도 감독의 이 데뷔작은 어딘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죽음을 담담이 바라보는 태도나 사람과 풍경을 담은 화면 등이 그러한데 연우와 원희의 가족, 친척의 모습도 쓸쓸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1999, 면회>, <변호인> 등으로 낯익은 배우 심희섭과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배우 고원희의 신선한 매력도 눈길을 끈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