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여자친구 집에 얹혀살던 경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에게 버림받는다. 갈 곳을 잃은 경유는 캐리어 하나를 챙겨들고 집을 나서고, 대리운전을 하며 이곳 저곳을 흘러 다니다 옛 연인이었던 유정과 마주친다. 유정은 경유가 그토록 원했던 소설가가 됐지만 지금은 소설을 쓰지 못해 궁지에 몰려있다. 다시, 경유와 유정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이광국 감독은 여러 겹의 이야기를 쌓아 올린 독특한 스타일로 두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로맨스 조>와 <꿈보다 해몽>은 현실과 비현실을 층층이 쌓아 올려 인물들의 정서와 감정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장편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다르다. 여러 겹의 이야기를 만드는 대신 주인공을 따라가는 비교적 단순한 전개방식을 택한다. 단순하지만 인물의 정서에 좀 더 밀착하는 방식이다. 예술과 창작의 고통과 창작자의 자존심, 인물의 고독과 애정에 대한 갈구, 사회적 위계질서와 생존의 어려움 등 이광국 영화의 여러 요소가 여전히 흥미롭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