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소녀 만다를 찾아 나선 할머니는 동네 철길 옆에 버려진 손녀를 발견한다. 강간당한 채 버려진 손녀를 집으로 데려와 치료하던 할머니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범인이 정치인의 망나니 아들임을 안 경찰관은 오히려 할머니 가족을 위협한다. 할머니는 밤마다 그의 뒤를 밟아 동선을 파악하며 복수의 기회를 노린다. 부와 권력의 불균형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상식적인 법체계 또는 공적 시스템마저 작동하지 않을 때, 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적 복수의 영역이 된다. 만인에 대한 투쟁이 생존의 절대 원칙이 되는 자연의 상태로 <할머니>의 영화 공간은 이러한 세계에 바탕을 둔다. 소녀를 강간하고 엽기적인 짓을 자행하는 권력자 아들에게 정의구현은 요원한 일. 동네 사창가 여인의 도움과 푸줏간에서 배운 기술로 할머니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복수에 나선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감독의 첫 번째 영화는 검열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영화가 감독의 실질적인 데뷔작이다. (김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