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홍콩인들을 멀리 떨어진 세계의 우리는 뉴스로 지켜보았다. 드론으로 촬영된 시위 현장, 가늠되지 않는 숫자인 200만 시위대, 화염병과 경찰봉이 오가고, 도시는 말 그대로 전장이 된다. <페이스리스>는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세부를 향한다. 말하자면 네 명의 홍콩 청년들의 친밀한 초상을 담은 2019 홍콩 민주화 운동의 비하인드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열혈 투사가 된 고등학생, 선전물을 거리예술로 변모시키는 LGBT 예술가, 경찰관 아버지와 적이 되어버린 딸, 비폭력 투쟁을 꿈꾸는 기독교 신자. 마스크와 방독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들이 200만 홍콩인들의 분노와 헌신, 꿈과 열망을 대변한다. <페이스리스>의 카메라는 얼굴도 이름도 없는 그들과 함께 한해 내내 거리에 있었다. 뜨겁고 절박하고 쓰라린 영화.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