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일렁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어선과 두 팔로 의지한 채 위태롭게 갑판을 오가는 어부. 영화는 크레인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바다로 나가 그물질을 하는 어부 강선장에 관한 이야기다. 장애를 가진 강선장과 그를 돕는 헌신적인 아내의 이야기는 몇 년 전 방송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지만, 영화 <강선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강선장과 가족들 간의 불안한 관계이다. 꿈처럼 흘러간 지난 20년을 버텨왔던 힘은 가족이었지만 자신 때문에 희생해야 하는 가족들, 특히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도와야 하는 아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영화는 장자의 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비루한 현실과 꿈 같은 이미지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나비가 되어 행복하게 날아다닌 장자처럼, 사고 이전을 그리워하는 강선장과 야구선수를 꿈꾸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아들은 여전히 그 꿈에서 깨어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겐 지금 현실이 빨리 깨어나고 싶은 악몽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과거 단란했던 가족의 모습이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유려한 영상으로 담아낸 닿을 수 없는 꿈의 아련함. (김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