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촬영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실험적인 페이크 다큐멘터리. 이 영화는 지금, 여기 홍콩에 사는 삼 세대를 이방인과 거주민의 이중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이중성은 3부로 구성된 영화의 형식에서도 돋보인다. 보이스오버의 인터뷰는 자신의 세계관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홍콩인들의 실제 목소리로 표현되지만, 화면은 정교하게 연기되고 극화된 이미지로 창조된다. 약간 바랜 듯한 색감 덕택에 때로는 몽환적인 느낌마저 주는 영화는 각 세대의 이상과 꿈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가는지에 집중한다. 또한 “세상에 왜 이렇게 많은 신이 있는지”를 질문하는 소녀를 다룬 1부에서, 홍콩 점령 운동을 통해 대안적인 삶과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을 다룬 2부를 거쳐, 버스 데이트를 하는 노인들을 다룬 3부로 갈수록 환상성이 짙어지고, 각 세대 간의 교차와 만남도 증가한다. 모든 세대가 한 공간에 모이는 환상적인 피날레의 해변 장면은 각자의 고민에 집중하면서도 소통을 놓지 않는 낙관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