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하지 않는 것들>은 2008년 장편 데뷔작 <픽션>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던 몰리 수리야의 두 번째 장편극영화로 맹인학교 소녀들의 사랑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도근시인 다이아나는 급우인 안디카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피트리는 학교에서 일하는 벙어리 청년 에도와 사랑에 빠진다. 물론 그들은 상대를 속이는가 하면, 금방 불타오르는 사랑을 나누지도 않는다. 다이아나와 안디카, 피트리와 에도의 사랑은 당연히 비장애인들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놀라운 점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소리와 향기, 몸짓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키워나가는 그들만의 사랑의 방식은 이전의 사랑에 관한 영화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몰리 수리야의 섬세하고도 새로운 시각이다. 몰리 수리야는 관객들로 하여금 다이아나와 안티카, 피트리와 엔도가 사랑의 감정에 빠지는 매 순간의 과정을 영상과 사운드로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일상적인 소리와 풍경들이 여기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