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캄보디아의 크메르 정권 당시의 억압된 처참한 기억을 찰흙 인형과 사진과 기록영화 이미지로 재구성하였다. 자료화면으로 대변되는 공적 역사와 찰흙인형으로 재현된 사적 기억이 절묘하게 겹치며 왜곡되고 은폐된 역사를 다시 써나간다. 개인의 기억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는 통설에 반박이라도 하듯이 리티 판의 개인적인 기억을 대변하는 찰흙으로 빗어진 세상은 세밀하고 정교하게 구현된다. 그의 기억 속에 각인된 가족과 친구들이 입었던 옷과 그들이 살았던 공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러나 되살아난 과거는 역사를 온전히 복원하기 보다는 묻어두었던 오랜 감정을 되살린다. 잃어버린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은 다시 ‘온전한 기록’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어진다. <잃어버린 사진>은 그래서 폭력적인 정권에 대한 고발이나 분노의 표현이 아닌 역사 앞에 우리가 지녀야 할 경외심과 책임감에 대해 눈뜨게 한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