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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평론단

<베드포드 파크> : 미국 이민자 2세의 절망편이자 희망편

By 이유진

한(恨).

 

한(恨)은 사전적 의미로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을 뜻한다. 한(恨)은 영화 <베드포드 파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영화 <베드포드 파크>는 스테파니 안 감독의 데뷔작이고, 선댄스영화제 미국극영화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다. 영화 <베드포드 파크>의 주인공인 오드리(최희서 분)와 일라이(손석구 분)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교포 2세로 마음속 깊이 한을 가지고 있다.

 

오드리의 한(恨).

오드리는 아이비리그인 콜롬비아 대학을 나와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물리치료사다. 남의 몸을 치료해주는 물리치료사이지만, 자해하는 인물이다. 그 이유는 오드리의 엄마가 미국에서 오드리와 오드리의 오빠, 두 남매를 잘 키우고자 이민을 왔고 오드리의 아빠는 한국에서 넥타이를 매고 번듯한 직장에서 존경을 받다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받으며 식료품점에서 일하게 되자 아내를 원망하고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에서 자해는 우울한 사람들이 살아있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 하는 행위다. 오드리 역시 숨 막히는 상황이 닥치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몸을 면도칼로 긋는다.

 

일라이의 한(恨).

일라이는 엄마와 함께 미국이민을 왔지만, 10살이 되던 해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고 미국 백인 가정에 입양되었다. 그런데 백인 엄마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자친구와 그의 아들은 망나니였고,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도 일라이는 레슬링 선수로 한때 잘 나가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레슬링을 하지 못하고 삶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쇼핑몰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평생 경비원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2년제 전문대를 다니지만, 그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오드리와 일라이가 오드리 엄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만나게 된다.

 

오드리를 연기한 배우 최희서는 영화 <베드포드 파크>에서 놀라운 영어 실력을 보여주었고, 특유의 재미교포가 가진 어눌한 한국발음을 구현해냈다. 영화 <박열>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일본인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하며 뛰어난 일본어 실력을 뽐낸 배우 최희서는 영화 <베드포드 파크>에서는 진짜 재미교포 같은 영어를 구사한다. 영화 <아워 바디>에서도 배우 최희서는 신체를 가지고 명민하게 연기했는데, 영화 <베드포드 파크>에서 신체에도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가진 오드리를 적확하게 표현해냈다. 일라이를 연기한 배우 손석구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준 능글맞은 표정을 오드리와 단둘이 차에 있을 때 종종 드러낸다. 또한, 유년 시절에 자신을 입양한 백인 엄마한테 충분히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외롭고 쓸쓸했던 소년의 얼굴을 보여줄 때 우리는 그를 연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베드포드 파크>는 깊은 한(恨)을 가진 오드리와 일라이가 만나 서로의 한을 풀어주는 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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