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처음 만난 외로움> : 아름답다는 감탄사

By 이인호

  세 번째 산수영화라는 자막이 지나가면 흔들리는 하얀 커튼 사이로 풍경들이 조금씩 다른 풍경들을 보여준다. 정지되어 있지만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보이는 장면들은 바람에 따라 흔들린다. 그리고 카메라는 한 번도 멈춰서 있지 않은 채 강물을 따라 흐르기도 하고, 인물을 따라 가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그림은 멈춰선 풍경이다. 하지만, 영화는 멈춰 선 풍경이 아니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구유 감독은 한폭의 산수화 같은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면서 영화를 만들어낸다.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농촌 마을을 지날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도 누군가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이 영화는 그래서 풍경 속의 인물들을 천천히 쫓는다. 흔들리는 풍경을 간직한 곳이 실은 병실이었고,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삶이 아름다움으로만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편을 잃은 아내와 아버지를 잃은 딸과 이혼한 부모를 둔 손녀. 영화는 이 삼대의 모습 속에서 아름다움에 감춰진 삶의 내면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본다. 백색 소음을 수집하는 손녀, 그리고 그 소음을 들으며 평안을 찾는 모습은 풍경이 따로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작가들 중에도 글을 쓸 때 카페의 소음이 있어야만 집중이 더 잘된다는 것처럼 그런 소음이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이유는 아마 내가 누군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의 죽음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서서히 극복하며 더욱 끈끈해지는 세 모녀. 그 모습은 앞에 보여주었던 어떤 풍경보다도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답다는 말이 형용사가 아니라 감탄사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하, 아름답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인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관념 속에서 나온다는 건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 <푸춘산의 삶>(2019)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된 이후 구로사와 아키라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구유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협업으로 유명한 미키야 타키모토 촬영감독의 조화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장면들은 압권이다. 낡은 아파트를 구석구석 훑어 나가며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정말 매력적이고, 틀에 갇힌 삶 속에서 자신들의 꿈을 쫓는 아이들의 어쩌면 소음일 수 있는 소리를 담아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동양적인 산수화를 모티브로 자신만의 ‘산수영화’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감독은 내용 역시 동양 철학을 기반으로 삶을 관조해 나간다. 그리고 관조라는 깨달음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풍덩 빠져봐야 깨달을 수 있는 영역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관조 속에서 아름다움은 화면이 아니라 장면이고 그 장면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풍경 속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나 혼자 ‘아, 아름답다!’ 속삭인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네스프레소
한맥
네이버
CGV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트립닷컴
아이앱 스튜디오
두산트리븐센텀
팔라티움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