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겁쟁이> : 전쟁 특수

By 장수진

 <겁쟁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공연을 하던 두 병사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통해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사랑과 예술, 그리고 용기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2026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으며 두 주연 배우가 공동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전작에서도 사회가 규정한 시선과 규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물들을 꾸준히 그려왔다. 주로 소년들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관계와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시선을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넓힌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베를린의 한 전선에서 피에르와 프란시스가 만나게 된다. 의욕이 넘치던 피에르는 전쟁터의 폭력과 죽음 앞에 점차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전쟁의 뒤편에서 병사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는 프란시스는 겁쟁이에 퇴물로 불리지만 병사들에게 웃음을 주며 그들의 마음 한 편을 어루만진다. 피에르는 프란시스의 공연을 도와 함께 준비해 나가며 가까워진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고 공연을 통해 잠시나마 전쟁의 현실에서 벗어난 시간을 함께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전쟁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흘러간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전쟁이 요구하는 남성성은 극단적인 폭력과 맞닿아 있고 그 반대편에 있는 다정함이나 예술 같은 것들은 겁쟁이로 치부되지만 오히려 그것은 다른 방식의 힘으로 작용한다. <겁쟁이>는 무엇이 용기이고 어떤 모습이 겁쟁이인지 계속해서 되묻는다. 

 

 그런 점에서 프란시스라는 인물이 특히 흥미롭다. 본래 일상에서 재봉사인 그는 공연을 연출하며 재능으로 빛난다. 다른 이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전쟁터는 프란시스에게는 오히려 평소에는 허락되지 않았던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과 자유는 반드시 평화로운 곳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며 그로 인해 전쟁이 끝나는 것이 아쉬운 사람 또한 존재한다. 

 

 영화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들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 시선이 머무는 순간들은 거창한 영웅적 행동과는 거리가 있다. 폭력의 한가운데서 옷을 만들고, 노래하고, 사랑하며 함께하는 동료에게 용기를 주는 일. 그런 작고 연약해 보이는 것들 속에도 용기는 가득하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결국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전쟁터에서는 잠시 허용되던 것들도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다시 평범한 세계의 기준으로 판단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는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이 마냥 해방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폭력이 걷힌 자리에는 다시 익숙한 질서와 시선이 들어선다. 돌아온 현실에 적응하며 버려야 될 시간을 솎아내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겁쟁이’라 불릴 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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